재래시장의 재미는 난전에서 빚어지는 풍경들을 보는 것만이 아니다. 출출해진 속을 든든하게 하는 먹을거리를 빼놓으면 섭섭하다. 싸고 푸짐하고 거기에다 맛까지 좋다면. 세 가지 필요충분조건을 만족시키는 그런 맛 집들이 재래시장을 더욱 활기차게 만든다. 시장은 장보기 위해 간다? 아니다. 미식가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시장으로 간다는데.
◆칠성시장 보리밥 뷔페 골목
테이블에 쭉 늘어선 반찬들은 보기만 해도 눈이 즐겁다. 마치 반찬 전시장을 방불케 하는 칠성시장 보리밥 뷔페 집들은 시장한 행인들에겐 거의 백발백중이다. 20여 년 전부터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한 보리밥 뷔페 집은 지금은 12곳 정도가 될 만큼 성업 중이다.
가격은 상당히 저렴하다. 반찬 가짓수에 따라 2천 원에서 2천500 원 선. 콩나물이나 시금치, 시래기 등 다양한 색깔의 나물들이 대부분이다. 봄철 채소인 미나리나 돗나물도 눈에 띈다. 반찬 가짓수가 많은 곳은 대략 25가지. 주인이 보리밥을 주면 마음에 드는 반찬들을 조금씩 넣어 된장이나 고추장으로 쓱쓱 비벼먹는다.
이곳에서 20여 년 동안 장사를 했다는 정용자(60·여)씨는 "오전에는 식당 하는 사람들이, 점심때는 장보는 사람이나 직장인들이 주로 찾는다."라고 말했다.
외국인도 한국 친구 따라 심심찮게 찾아올 만큼 유명세를 타고 있다. 한 달에 최소한 세 차례는 꼭 들른다는 윤창수(37·대구 달서구 감삼동)씨는 "다양하고 싱싱한 나물들을 한꺼번에 먹으니까 이런 웰빙이 어디 있나."라고 웃었다.
▷특징:매일 새벽마다 시장 상인들이 파는 갖은 재료를 사서 그 날 팔 나물·반찬 등을 만들기 때문에 싼 가격으로 싱싱한 맛을 낼 수 있다.
◆봉덕시장 돼지국밥 골목
봉덕시장 한 모퉁이에 자리한 돼지국밥 골목에 들어서자 고기 냄새가 코끝을 찌른다. 열 십 자 골목에 옹기종기 모인 8곳 정도의 돼지국밥 집에는 저마다 칼질하는 모습으로 바쁘다.
30여 년 전부터 장사를 해 터줏대감 역할을 한다는 김천식당을 찾았다. 주인 정필분(64·여)씨는 고기를 자르고 국밥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다. 돼지고기와 밥을 담은 그릇에 육수를 여러 차례 부었다 뺐다 한다. 정씨는 "돼지국밥이 식으면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수육 역시 맛이 특별하다. 부드러운 육질이 살포시 씹히면서 끝 맛은 쫄깃쫄깃하다. 고소함이 입 안 가득 밀려온다. 조리 비결이 뭐냐고 물었지만 가르쳐주기는 만무하다. 맛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인근 주민들 뿐 아니라 경산이나 상인동 등지에서도 일부러 찾아온다고 한다.
▷특징:집집마다 손님들이 돼지고기 삶는 모습부터 칼질하는 모습까지를 모두 확인할 수 있다. 또 하루 종일 필요한 만큼 제때 삶기 때문에 항상 신선한 맛을 유지한다.
◆서문시장 칼국수 골목
담백한 칼국수를 원한다면 서문시장 동산상가 뒤편 국수골목으로 가보자.
'ㄴ'자 형태로 된 골목에는 어딜 가나 '손수 빚은 칼국수' 등의 비뚤비뚤한 간판을 볼 수 있다. 점심시간에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곳이 많다. 오후 3시가 넘어서도 손님들이 오순도순 모여앉아 식사하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칼국수 집들 중 백미는 '왕근이 칼국수'. 어머니 이차선(70)씨의 가업을 물려받아 2대째 칼국수 집을 운영하고 있는 하창직(42)씨는 "국회의원, 전직 대통령 장인까지 자주 들른다."라며 "한때는 점심시간에만 500∼600그릇을 팔았다."라고 말했다.
간장, 된장 등을 직접 만들어서 독특한 국물 맛을 내는 이 골목 칼국수 집들은 20여 곳에 달한다. '왕근이 칼국수' 단골 손님인 최영문(53·대구시 수성구 범어동)씨는 "은은하게 우러나는 국물 맛이 마치 고향의 맛을 연상시킨다"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특징:왕근이 칼국수는 집에서 만든 장을 이용, 우려된 국물이 일품. 면발 역시 2번이상 데쳐 아주 담백하다. 여름에는 시원한 국물을 내는 것도 특이하다.
전창훈기자·권성훈기자
사진·정재호편집위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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