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렬의 한국건축 이야기/ 김봉렬 글·이인미 사진/ 돌베개 펴냄
"역사적 건축의 현장은 늘 폐허였다."
한국건축을 실체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무엇이 있느냐'가 아니라 '무엇으로 볼 것인가'의 해석이 필요하다는 지은이는 한국건축의 현장을 답사하고 조사하고 탐구하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사실적인 감동에 뿌리를 둔 해석이이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은이가 직접 찾아간 한국건축의 현장은 사라진 형태와 쓰임새, 소멸된 기술과 재료, 그리고 끊어져버린 건축사상 등으로 인해 해가 다르게 사라지고 변형되고 파괴되어가고 있었다. 지은이는 이를 건축의 본질을 탐구하기에 더없이 좋은 현장으로 보고 그 속에서 건축을 통해 역사를 읽고 인간을 읽고자 시도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한 것이 이 책이다. 이제는 폐간된 월간 '이상건축'에 1995년 11월부터 1997년 12월까지 실린 총 26회의 연재물을 묶어 1999년 펴낸 '한국건축의 재발견'의 개정판인 셈이다. 10여 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변해버린 내용과 새롭게 발견한 작고 소중한 가치들을 담아 수정·보완해 짜임새 있게 엮어냈다.
이 책은 건축만이 아니라 그와 관련된 인물, 그 인물이 엮은 역사, 그리고 그 인물의 사상체계를 같이 다루고 있다. 또한 그 건축물이 놓인 땅 혹은 산수 이야기도 나온다. "건축을 주인공으로 하는 대하소설이요, 건축을 매개로 한 우리의 문화총서이며, 건축이라는 켜를 통한 우리의 역사서"인 셈.
1권 '시대를 담는 그릇'에서는 역사적 관점이 부각된 내용을 추렸다. 시대성과 지역성이 부각된 내용은 한 특정 시대에 특정한 건축이 어떻게 탄생하는가에 대해 공시적으로 다루고 있다. 2권 '앎과 삶의 공간'의 주제는 개인주택에서 마을까지, 석굴사원에서 정원까지, 10세기 초부터 20세기 중반까지, 한국건축의 다양한 정신과 기능을 다루고 있다.
3권 '이 땅에 새겨진 정신'은 한국건축 전반에 흐르는 정신활동에 대한 궤적을 좇고 있다. 이론적인 해석 작업으로 그 정신이 어떻게 체계화되고 조직화돼 건축물이나 공간으로 나타나는가를 다루고 있다.
총 3권이 전해주는 의미와 논점을 지닌 한국 전통건축의 대표작과 주요 테마 25가지는 기초부터 심화된 이론은 물론 현안에서 대안까지 다루고 있어 '한국 전통건축의 집대성'이라 할 만하다. '건축'을 '시대의 모습을 담는 그릇', '깨달음과 생활이 만든 환경', '인간의 정신이 대지 위에 새겨놓은 구축물'이라 생각하는 지은이는 건물을 다양한 상황 속에서 탄생한 유기체처럼 다룬다.
지은이는 고건축 탐구를 통해 찾아낸 보편적이고 소박한 가치들(성실함·건강함·실용성 등)을 현재적인 가치로 재발견해 우리에게 교훈을 전해주고 있다.
지은이는 글을 연재하면서 '너무 어렵다'와 함께 '너무 대중적이다'라는 극단의 반응을 접했다. 이에 "우리 문화와 건축에 애정을 가진 분들에게 이 책은 쉬운 책일 것이다. 반면 보물창고의 문턱 넘기를 주저하는 분들에게는 어려운 책일 것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일까? 책은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갖가지 용어해설을 그림과 함께 담아놓았다. '칸(間)'은 어떻게 나누는지부터 주심포 형식이니 다포 형식이니, 첨차와 소로 등 그냥 들어서는 알아듣기 힘든 고건축물 용어들을 쉽게 설명해놓았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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