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은 매년 4월이면 복사꽃 세상이 된다. 오십천을 끼고 지품면으로 발길을 옮기는 순간 코끝에는 이미 온통 복사꽃 향이다. 예로부터 이상향(理想鄕)을 상징했던 복사꽃은 유난히 사람의 마음을 달뜨게 한다. 그래서 옛날에는 집안에 복숭아나무를 심지 않았다고 한다. 복사꽃이 피면 분홍빛 꽃 색깔과 은은한 향기에 취해 과년한 딸이나 갓 시집 온 며느리가 행여나 바람이 날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어디에나 있는 복사꽃 밭이지만 지품면만큼 꽃대궐을 이루는 곳은 그리 흔치 않다. 끔찍한 기억이지만 지금 생각하면 사라호 태풍이 그리 나빴던 것은 아닌 것 같다. 폐허가 된 논밭에 누가 처음 복숭아를 심을 생각을 했을까?아마 돈이 될만한 유실수를 생각하다가 사질토에 적합한 복숭아에 눈이 돌아갔으리라.
그로부터 5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 복사꽃은 온 마을을 뒤덮어 봄꽃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의 첫 번째 순례 코스가 되고 있다. 그러나 가장 볼 만한 한 군데를 꼽으라면 말할 수가 없다. 지품면 일대 어느 곳이든 발을 들여놓는 순간, 온 세상이 분홍색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쪽 사람들은 삼화리 일대를 제일로 친다. 야트막한 산비탈을 이어가며 중턱 너머까지 늘어서 있기 때문이다. 오래머물 생각이면 연분홍 빛을 띠는 때 이곳에 와서 진분홍으로 짙으지는 때까지 늘 즐겨도 좋다.
좋은 복숭아를 거두기 위해 연분홍 꽃밭에서 꽃솎기를 하는 농부의 손길에서 욕심부리지 않는 소탈한 농심을 엿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지품면 복사꽃 마을이다.
영덕·이상원기자 seagul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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