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브로커 윤상림씨가 20일 9건의 범죄 혐의로 8번째 기소되는 진기록을 남겼다.
9건 중 5건은 피해자들에게 돈을 빌리고 갚지 않은 사기 혐의다.
윤씨에게 돈을 빌려주고 떼인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윤씨와 알고 지내던 전직검사장, 판사 출신 변호사와 정부부처 국장급 간부였다.
윤씨는 한창 도박에 빠져있던 2004년 10월께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국장급 공무원에게 전화를 걸어 "급히 쓸 데가 있다. 설마 동생 돈 떼어먹겠느냐"며 1천만원만 빌려달라고 해 같은 날 차명계좌로 돈을 받아 도박에 썼다.
작년 2월 초에도 윤씨는 도박 자금을 마련하려고 판사 출신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사업자금이 필요하니 2천만원만 빌려주면 한달 안에 갚겠다고 하고는 당일 돈을 송금받아 도박장으로 향했다.
전화 한 통으로 당일 변호사, 고위 공무원에게 1천~2천만원을 빌려 쓰고 갚지않은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1천~2천만원을 빌릴 때도 차용증을 쓰고 연대 보증까지 하는것과 비교하면 '마당발'로 통하는 윤씨의 위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엿볼 수 있는대목이다.
지난해 5월께에는 현직 판사 2명이 윤씨에게 각각 수천 만원씩 1억여원을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했다. 이들 중 한 명은 윤씨와 돈 거래한 사실이 드러나 돈 떼인것도 억울한데 법복까지 벗어야만 했다.
한 검찰 간부는 변호사 개업 후 윤씨의 집요한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8개월동안 1억7천여만원을 떼였다.
대출 수수료 500만원을 받은 전직 은행 지점장은 빌려준 돈을 받기는커녕 수수료 받은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협박에 시달렸다.
그는 윤씨에게 "수수료 받은 건 공소시효 5년 지났으니 돈을 갚으라"고 요구했다가 "(공소시효가) 7년이니 잘 알아보라"는 '친절한' 법률상담까지 받았다는 게 검찰의 전언이다.
윤씨는 작년 11월 김포공항 귀빈주차장에서 체포될 때도 재경법원의 부장판사와 제주도에서 골프를 치고 올라오던 길이었다.
검찰은 윤씨가 실제 법조계 브로커로 활동하던 시기는 도박에 빠지기 전인 2003 년 6월 전이고, 이후에는 대부분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건설 사업가 행세를 하며 여기저기서 돈을 뜯었다고 밝혔다.
윤씨는 작년 10월까지 368차례 강원랜드에 출입하며 수십억원을 탕진했다.
윤씨는 도박에 빠져 옛 브로커로서 갖고 있던 '명성'은 자연스럽게 잃었지만 전화 한 통에 수천만 원을 빌리고 빚에 쪼들리면서도 법조인과 어울려 골프를 치는 등'능력' 만큼은 여전했던 셈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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