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의 봄'은 언제?

입력 2006-04-21 07:44:33

…54만명 도서관 '출근'

'봄이 왔지만 봄이 아니다(春來不似春).'

청년실업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채용시장의 봄은 아직도 멀기만 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 준비자는 54만 3천 명에 달했다. 이는 고시학원이나 직업훈련기관에 다니면서 취업을 준비하는 25만 1천 명과 학원 등에 다니지 않으면서 집이나 인근 독서실 등에서 취업 준비를 하는 29만 2천 명을 더한 수치다. 대학가, 시내 도서관, 독서실 등지에는 취업준비자들이 넘쳐나고 있지만 '실업 탈출구'는 멀기만 하다.

◆시내 독서실·도서관 북적

지난 19일 대구의 한 시립도서관에서 만난 이모(30·대구시 서구 비산동) 씨는 수년째 매일 도서관으로 '출근'한다고 했다. 이 씨는 도서관에서 인터넷 등을 통해 취업정보를 검색하지만 마땅한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는 "공무원시험은 경쟁률이 치열한 데다 취직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중소기업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면서 "정부의 각종 실업해소 정책이 피부로 느껴지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자 김모(29·대구시 달서구 용산동) 씨는 집 근처 독서실에서 취업준비를 하고 있다. 김 씨는 "취업에 도움되는 각종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고 있지만 취업문은 갈수록 좁아진다."고 했다.

중소기업 등에 취업했지만 눈높이가 맞지 않아 또 다시 취업준비를 하는 직장인들도 느는 추세다.

서모(27·대구시 동구 방촌동)씨는 경북지역 한 중소기업에 취업했지만 퇴근 후 또는 휴일에는 독서실에서 공무원 시험준비에 열중하고 있다. 임금 및 복지수준에 만족하지 못하는 데다 평생직장으로는 미흡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서 씨는 "공무원 시험준비를 하다가 6개월전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입사했다."면서 "직장을 다니면서 공부하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중소기업에서 계속 일할 마음은 없다."고 털어놨다.

대구경북지방통계청의 한 관계자는 "인력이 부족한 곳이 많은데도 취업준비자가 늘어나는 것은 청년층을 위주로 구할 수 있는 일자리에 비해 눈높이가 높아졌기 때문"이라면서 "고용시장이 좋아지더라도 청년실업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역 대학들도 비상

청년실업률이 높아지면서 지역 대학들은 비상이 걸렸다. 취업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지역 대학들은 취업률을 0.01%라도 더 끌어 올리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영남대는 최근 '취업프런티어기자단'을 만들어 기업체 탐방, CEO 인터뷰, 취업관련 정보 등을 취재해 취업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취업관련 행사를 진행하는 에이전트 역할을 맡길 계획이다. 대구가톨릭대는 구직지원 캠페인, 취업캠프, 극기체험, 취업선배들과의 만남 등 다양한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대구대는 장애학생 직장체험, 장애학생을 위한 의사소통능력 향상프로그램 및 정보능력 향상반 등 장애학생들의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하지만 한 대학이 독창적인 취업프로그램을 개발하면 다른 대학이 곧 벤치마킹하는 등 대학마다 특색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역대학 취업정보실 관계자는 "대학들마다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취업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고심하고 있지만 대동소이하다."면서 "취업률을 '뻥튀기'하는 대학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