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앨리슨 래퍼

입력 2006-04-20 11:48:41

'살아있는 비너스' 앨리슨 래퍼(40). 그녀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지난해 11월 독일에서 열린 제2회 '세계 여성 성취상' 시상식에서의 사진 한 장 때문이었다. 고르바초프 전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축하 인사를 받는 수상자의 모습이 꽤나 충격적이었다. 어깨를 훤히 드러낸 드레스를 입은 수상자에겐 양 팔이 없었고 다리는 기형적으로 짧았다. 그런데도 가슴골이 훤히 드러날 만큼 깊게 파인 드레스 차림으로 미소짓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도 당당하고 멋져 보였다.

○…장애인으로 태어나 6주만에 부모로부터 버림받아 보호시설에서 자란 래퍼는 22세때 결혼했으나 남편의 주먹질을 견디다못해 2년 만에 이혼했다. 이후 미술공부를 시작해 지금은 세계적인 구족(口足)화가이자 사진작가로 활동한다. 미혼모로서 주변 만류에도 불구하고 출산을 감행했던 그녀는 지극정성으로 아들을 키워내 또다시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영국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에 있는 높이 5m의 대리석 조각상 '임신한 앨리슨 래퍼'는 바로 영국 조각가 마크 퀸이 만삭의 그녀를 모델로 제작한 것이다.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지만 세상 사람들은 래퍼의 조각상에서 뭉클한 감동을 받는다. 슬픔도, 고통도 이겨낸 강인한 삶의 의지를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도 장애를 딛고 인간승리를 일궈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올해의 장애극복상'을 받은 강지훈 씨는 카이스트 재학 중 실험실 폭발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지만 절망을 딛고 일어서 정보통신분야 컨설턴트로 활약하고 있다. 역시 수상자인 장애인 개그맨 박대운 씨도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지만 수많은 사람들에게 따스한 웃음을 전하는 메신저로 활동하고 있다. 영화 '말아톤' 주인공 배형진 군, 세계장애인수영선수권대회 금메달리스트 김진호 군 등의 사례도 장애는 조금 불편할 뿐 극복할 수 있는 대상임을 말해준다.

○…각종 사고나 뇌졸중 등으로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후천적 장애인이 될 수 있는 세상이다. 장애인에 대한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앨리슨 래퍼가 오는 28일 방한, 강연회며 전시회도 가진다 한다. 하인스 워드가 혼혈인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바꿔놓았듯 래퍼 또한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을 말끔히 씻어주었으면 바라 본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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