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 나는 텔레비전을 내다 버리고 다시는 텔레비전을 보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 배경은 아주 간단하다. 쉬지 않고 벌어지는 삼류드라마의 '한국정치현장'을 지켜봐야 하는 나의 인내력이 완전히 바닥났기 때문이다. 날이면 날마다 텔레비전 화면을 장식하는 그림은 양복 입은 정치꾼들이 벌이는 부정직하고 불명예스러운 사건들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자기 자신에 대한 규제는 물론 동료들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에 충고나 조언자가 되기도 꺼려하는 정치풍토에서,그들의 행실은,좋게 말하면 초등학생수준에도 못 미칠 것 같고 나쁘게 표현하면 범죄자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물론 나는 지금도 그들의 수치스러운 품행을 신문에서 읽고,그들이 우스꽝스럽게 늘어놓는 변명들을 라디오를 통해 듣고 있다. 하지만 그들을 직접 눈으로 보지 않은 것만으로도 한결 마음이 가볍다. 이러한 망신스러운 사태가 계속해서 연출되는 상항을 이해하려고 많이 노력하지만 국민의 한 사람인 나의 상식으로는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리석기 짝이 없는 정치꾼들이 저지르는 부정축재,거짓말,말 바꾸기,상대방 흠집 내기,그리고 직업적 무능함에다 성추행까지 범하는 행동은 상식선을 한참 벗어나 보인다. 이에 대해 관대한 해석과 너그러운 평가를 하자면,올림픽경기에 나가도 될 수준이라고 말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바보스러운 정치꾼들은 이것을 믿고 자신들이 이 경기종목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거라는 자만심까지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만약에 그들이 특별한 올림픽경기종목에 출전한다면 금메달은 물론이고 은메달 동메달까지 싹쓸이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불행하게도 나는 인정 할 수밖에 없다.
내가 느끼는 또 다른 좌절감은 우리나라 공적인 인물들의 무질서한 행동이 국외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그 어떤 나라도 자국민들의 적절하지 못한 행동에서 자유스러울 수 있는 나라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국회의사당 바닥에 의원들이 서로 뒤엉켜 치고받는 폭력적인 광경을 외국인이 본다면 그들이 받는 한국정치의 인상은 어떤 것일까 하는 염려를 할 때가 종종 있다. 몰지각한 정치꾼들의 손을 거쳐 천문학적인 현금뭉치가 오가다가 발각되는 사태가 수 없이 벌어지는 저속한 한국정치를 지켜보면서 국외적으로 보이는 한국정치는 '바나나공화국' 직전 상태라는 인상을 피하기 어려운 지경에 와 있다.
19세기 영국 귀족 정치론자 이었던 존 악톤(Jone Acton) 이 한때 이런 말을 했다. '권력은 부패의 온상이고,완전권력은 완전부패를 양산 한다'. 이러한 논리의 입증을 우리는 다른 멀리에서 찾기보다는 한국정치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아무튼 애꿎게 텔레비전은 내다 버렸지만 별로 소득을 얻지는 못했다. 양복 입은 정치꾼을 보지 않아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 외에 근본적인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한 주간 신문 타이틀인 '남성권력붕괴 여성쿠데타'를 '남성부패정치청산 여성정치희망'으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여성 국무총리 지명자가 국회청문회를 거처 한국 최초 여성 국무총리로 인준이 확정된다면,여성의 온화함과 포옹력 있는 리더십으로 품위와 체통을 갖춘,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받는 정치로 거듭나는데 다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여성 서울시장 후보가 선출되면 비효율적이고 관료적인 남성문화의 정치를 쇄신하는 새로운 정기를 세우는데 기여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또한 야당대표가 여성이고 대선후보도 여성이 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우리사회에 다른 많은 분야에 지적으로 높은 수준의 자격을 갖추고 정치사회문제 전반에 해박한 지식과 열려있는 사고의 여성지도자들이 진출할 공정한 기회를 여성들에게 주어 한국정치를 위해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이제 시대적인 요구가 되고 있다.
만약에 여성정치인들이 남성정치꾼들보다 깨끗한 정치를 한다면 그것은 한국사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여성들도 남성과 별 차이 없이 권력에 눈이 멀다 치더라도 잃을 것이 별로 없는 현 정치 상태에서 밑져봐야 본전인데 고육지책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여성에게 기회를 제공하여 한국정치를 바꾸어 보자는 제안을 하면서,다시 텔레비전을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전순옥(참여성노동복지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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