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가 무너지고 있다. 요즘은 남녀노소가 무질서라는 바이러스에 전염되어 있다. 질서의 의미를 잃어버린 눈 먼 사람들의 행동들이 세상을 조금씩 울적하게 하는 것이다.
아마도 그것은 나만 생각하는 이기심이 만들어낸 흉물이 아닌가 싶다. 지난달에는 롯데월드 공짜 입장 파문이 한동안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그 공짜라는 말 한마디에 전국에서 십수만명의 남녀노소가 운집한 것이다.
그리고는 보란듯이 대형 불상사를 만들어 냈다. 돌이켜보면 상주의 음악콘서트 사건이 그러했고, 이번의 롯데월드 사건이 그러했다.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통제불능의 인파들이 서로의 양심을 밟고 질서를 밟고 지나가버린 것이다. 그 참혹한 현장을 뉴스로 보노라니, 아득한 슬픔만 가슴을 쓸어내렸다.
우리들의 삶이 언제부터 이런 모습으로 황폐해져 있었을까. 우리들이 흔히 보는 광경중에는, 바로 옆에 횡단보도를 두고도 무단횡단을 즐기는 사람들의 씩씩한 모습. 아이들의 손을 잡고 태연히 무단횡단을 자행하는 우리 부모들의 대범한 모습이 있다.
이제 우리들 중의 대부분은 부끄러움의 의미를 망각해 버렸다. 그런 아이들이 자라서, 또 그렇게 삶을 무단횡단하며 살아갈 것은 사필귀정일 것이다. 집 부근에는 자칭 명문이라는 학교가 몇 있다.
올해도 서울 명문대에 몇 명이 합격을 했다고, 초대형 플래카드를 골목길에 걸어놓았다. 그래서 우리학교는 명문이라는 것이다. 그런 학교 앞에 횡단보도가 있고, 조금 떨어진 곳에는 육교도 있다.
그렇지만 이들 학교의 등하교 시간에는 학생들이 떼를 지어 무단횡단은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듯 시범을 보인다. 그 곳에서 자주 교통사고가 일어났지만, 학생들은 아랑곳 않는다.
그래서일까 근간에는 그 곳에 무단횡단 방지용 안전망이 설치되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이제 장애물 경기를 하듯 멀리서 도움닫기를 하며 훌쩍훌쩍 안전망을 뛰어넘고 다닌다.
그들 중에 몇몇이 올해도 서울의 명문대학에 입학했다고 야단법석인 걸 보면, 우리의 생각들이 얼마나 무법화되고 참담해 지고 있는지 가슴이 아프다. 무너진 질서가 사회의 보이지 않은 구석들을 부폐시키고 있다.
열심히 일하고 사회적 기본법규를 지키는 사람보다, 이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더 당당하게 살아가는 사회, 지키는 사람이 손해를 본다는 피해 의식을 느껴는 사회, 이런 사회에서 자란 우리 아이들이 어떤 인간으로 살아갈지 눈에 선하다.
김환식(시인)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
'어대명' 굳힐까, 발목 잡힐까…5월 1일 이재명 '운명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