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사생결단'으로 스크린 복귀한 김희라

입력 2006-04-19 08:15:54

1970~80년대 강한 남성상을 보여준 대표적 중견 배우 김희라(59)가 영화 '사생결단'으로 8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27일 개봉될 영화 '사생결단'(감독 최호, 제작 MK픽처스)에서 이상도(류승범 분)의 삼촌 이택조 역을 맡아 비중 있는 연기를 했다. 그가 연기를 다시 선보인 건 1998년 '찜' 이후 처음.

18일 서울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시사회에 앞서 진행된 무대 인사에서 그는 "사람은 아프지 않고 오래 살아야 한다. 오래 살다보니 지금 세대 영화에도 출연하게 됐다"며 벅찬 소감을 밝혔다.

1950년대와 60년대 은막을 주름잡은 명배우 김승호의 아들이기도 한 김희라는 '독짓는 늙은이'(1969), '쾌남아'(1970),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1971), '상록수'(1978), '병태와 영자'(1979), '미워도 다시 한번'(1980), '어둠의 자식들'(1981), '꼬방동네 사람들'(1982), '수탉'(1990), '두 여자 이야기'(1994) 등 숱한 한국 영화의 대표작에 출연하며 선 굵은 연기를 보여왔다.

90년대 이후 국회의원 선거 낙선과 사업 실패라는 시련을 겪었으며 특히 뇌경색으로 쓰러진 후 장기간 투병생활을 하기도 했다. 모처럼 무대인사를 한 이날도 어투와 움직임에서 약간의 불편함을 보였지만 영화 속에서는 오히려 그의 모습이 젊은 시절 마약에 찌들었던 삶을 표현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김희라는 "김희라 영화 인생에서 '사생결단'을 하고 찍은 작품"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영화 상영이 끝나고 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영화에 대한 만족감을 숨기지 않았다.

김희라는 "영화를 수백 편 하면서 이렇게 좋은 영화는 처음 봤다"며 "아직까지 내 머리가 살아 있나 보다. 무척 기분이 좋다"는 표현으로 굉장히 흡족해했다.

영화 속에서 김희라는 막판 반전을 책임진 인물로 등장한다. 그의 배우로서 오랜 경력과 삶의 연륜이 묻어나오는 연기는 존재감이 느껴지기에 충분했다.

"마침 내일 내 생일이다. 대한민국에 혁명이 일어난 날에 내 음력 생일이 겹쳤다. 이런 날 이런 영화를 선물로 받게 됐다. 정말 기분 최고다"라며 연이어 소리치다시피 큰소리로 말했다.

김희라를 캐스팅한 데 대해 최호 감독은 "대학 시절 선생님의 '짝코'(감독 임권택)를 보고 선망의 대상이 됐다. 어떤 감독이든 그런 분의 그런 존재감을 자신의 영화에 등장시킬 수 있다면 행복할 것"이라며 "선생님이 복귀를 준비하신다는 말을 듣고 얼른 먼저 기회를 잡았다"고 소개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배우 김희라는 설명이 필요없을 만큼 호흡을 잘 맞췄고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 후배 황정민, 류승범을 향해 "도대체 어디서 연기를 배웠는지 모르겠다. 이런 대단한, 연기 잘하는 후배를 둔 김희라가 자랑스럽습니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생결단'은 황정민과 류승범의 연기도 뛰어났지만 아직 우리 시대 중견 배우의 건재함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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