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교도소, '실버 교도소'로 거듭난다

입력 2006-04-18 09:34:11

경주 남산 기슭(내남면 용장리)의 경주교도소가 전국 최초로 고령 재소자만을 수용해 교화하는 '실버교도소'로 거듭난다. 법무부가 경주교도소를 '실버교도소'로 지정한 것은 비교적 기후가 따뜻한 지역인 데다 교도소의 벽과 담장이 다른 교도소에 비해 낮기 때문.

법무부는 경주교도소 재소자 일부를 17일 문연 포항교도소로 이감하고, 경주교도소에는 전국 각지 교도소에 있는 65세 이상 고령 재소자를 수용키로 했다.

이를 위해 경주교도소 건물을 리모델링해 재소자 1인당 수용거실(속칭 감방) 면적도 2.4평으로 지금(0.75평)보다 훨씬 넓게 만든다. 또 재소자 특성을 감안해 올하반기까지 수용거실내 좌변기와 샤워시설, 싱크대 등 편의시설을 확충해 올 하반기에 실버교도소 문을 열기로 했다. 고령 재소자에게 적합한 교정 프로그램도 시행한다.

현재 성별·연령 기준에 따른 전문 수형 시설로는 소년시설과 청주여자교도소가 있다. 전국 교도소에 수용된 고령 재소자는 200여 명으로 대부분 남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1973년 개소이래 그동안 초범 위주의 재소자와 미결수를 수용해온 경주교도소는 1990년대 사노맹 사건으로 구속됐던 박노해 시인과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옥고를 치른 열린우리당 김근태 최고위원 등이 수형생활을 하는 등 시국사건과도 인연이 깊다.

하지만 경주지역 문화단체들은 경주교도소가 들어선 남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사적지구인 만큼 실버교도소 전환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폐쇄를 요구하고 있다. 문화관광부와 경주시가 남산지구 종합 정비를 위해 500억 원을 투자하고, 향후 32년간 추진할 역사문화도시 조성 계획에도 교도소시설이 배치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주·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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