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변 정세가 미묘하다. 6자회담은 북미 간 마찰로 고착 상태에 빠졌으며, 한'미 관계는 곳곳에서 삐그덕거리는 모습이다. 신사 참배 문제 등으로 냉랭해진 한'일 관계는 일본의 독도 주변 동해 수로 탐사 계획 발표로 갈등이 증폭돼 우려된다. 이 와중에 중국은 전방위적으로 북한과의 관계를 진전시키며 한반도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4대 강국의 외교 상황에 이는 이 같은 미묘한 변화는 우리에게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 교과서 파문에서부터 피랍자 문제, 독도 영유권 주장 등 최근 이어진 일본의 공세가 느슨해진 한'미 동맹의 틈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이 더 이상 한국의 손을 들어주지 않으리라는 예상에서 나온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중 양국과의 갈등은 무시한 채 미국과의 동맹 체제를 강화하며 공조를 다지는 일본의 최근 외교 자세를 전제로 한 것이다.
한국 내 일부 반미적 시각에 불만을 감추지 않는 미국이나 국제적 고립 상태에 빠진 북한에 대한 경제 지원을 강화하는 중국의 입장은 통일을 비롯, 향후 한반도 정세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일본의 태도는 우려할 수준이다. 과거 전통적인 한'미'일 협력 대신 미'일 양국과의 커지는 갈등은 우리의 국제적 입지를 위협할 수도 있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명백한 위법이다. 우리 배타적경제수역에서의 일본 탐사 계획과 관련, 경북도지사가 오늘 오전에 밝힌 성명처럼 정부는 우리의 영토를 넘보는 일본의 야욕과 책략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우리 외교는 냉정해야 한다. 어설픈 정책으로 불필요한 갈등과 마찰을 부르는 대신 유연한 외교 자세로 한반도 주변 정세를 유리하게 이끌어 나갈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