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저의 첫 미팅은요, 대학교 1학년 꽃피는 봄이었습니다. 친구가 괜찮은 사람이 있다고 만나 보라고 해서 잔뜩 기대하고 약속 장소에 나갔지요. 약속 장소는 시내가 아닌 학교 앞 레스토랑이었습니다. 약속 시간보다 좀 일찍 도착해서 자리를 잡고는 남학생이 들어올 때마다 '혹시 저 사람이 아닐까?' 하고 힐끗힐끗 쳐다봤습니다.
얼마쯤 있다 흔히들 '추리닝' 이라고 하죠. 파란색 체육복 바지에 헐렁한 티셔츠 차림, 맨발에 슬리퍼를 신은 촌스런 한 학생이 들어오는 겁니다. '설마 저 사람은 아니겠지?' 했습니다. 그런데요. 노래 가사에도 있지만 미팅에 나갔을 때 '저 사람은 아니겠지, 저 사람만은 싫은데….' 하는 사람이 꼭 짝이 되잖아요. 제가 그랬습니다.
마주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말은 또 어찌나 토속적인지…. 앞 발가락을 쉴새없이 꼼지락대서 다리마저 덜덜 떠는데 눈에 거슬려 혼났습니다. 하지만 친구 얼굴을 봐서 싫은 내색을 할 수 없었답니다. 그 사람도 제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랬을 수도 있고요. 밥 먹고 헤어지려고 하는데 대뜸 "오락실에 갈래요?" 그러는 겁니다. 저도 그 때 오락실 출입을 즐겼던 터라 거절하지 않았습니다. 둘이서 신나게 오락하고는 '쿠~울'하게 헤어졌습니다. 첫 미팅하면 전 아직도 파란 체육복에 맨발의 그 남자가 생각납니다.
이주희(대구시 달서구 용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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