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솔이 지음/ 이가서 펴냄
여행을 하다 보면 다시 찾고 싶은 곳과 그렇지 않은 곳으로 자연스레 나뉜다. 하지만 막상 똑같은 장소로 발걸음을 향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여행 자체가 새로운 곳에 대한 설렘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같은 장소가 생각난다면 그곳은 자신에게 훌륭한 여행지임이 분명하다.
유럽의 매력에 푹 빠져 해마다 유럽으로 떠나기 위해 짐을 꾸린다는 김솔이 씨가 책 '유럽, 그 지독한 사랑을 만나다'로 자신의 여행기를 들려준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유럽 여행을 목표로 과외는 물론 레스토랑 서빙 아르바이트까지 마다하지 않았던 저자의 유럽사랑은 15년째 이어지고 있다. 유독 유럽과 사랑에 빠진 저자는 '지명 나열하기식' 여행이 아니라 한 도시, 한 성(城)을 몇 번에 걸쳐 다시 찾을 만큼 진득한 사랑과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오랫동안 여행을 해온 저자의 여행 원칙은 무엇일까. 여러 번 시행착오 끝에 저자가 찾아낸 여행의 원칙은 '아는 만큼 보인다.'와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두 가지.
이 원칙 하에 프랑스로, 독일로, 네덜란드로 향하는 저자의 발자취를 따라 독자들도 유럽의 향기에 빠져들게 된다. 특히 '로맨틱 유럽 고성(古城) 기행'이라는 부제처럼 저자는 유럽의 도시, 그 중에도 오래된 성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다. 몇 차례 발품을 팔아 찾아낸 멋진 풍경을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으로 보고 있노라면 유럽의 어느 도시를 거닐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때로는 계획된 곳보다 우연찮게 멋진 장소를 발견하는 것이 여행의 매력 중 하나. 저자는 비행기 시간이 남아 드골 공항 북쪽 샹띠이 성을 방문했다가 뜻밖에도 위대한 개인과 만나게 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무엇인지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샹띠이 성은 1560년에 세워져 근대사의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1800년대 말 도말 공작에게 상속됐다. 도말 공작은 22년간의 영국 망명 기간 중 고서, 명작 등을 수집한 후 성과 함께 프랑스 한림원에 증여한다는 유서를 남기고 홀가분하게 떠난다. 3만여 권의 희귀 고서와 고전 미술작품 등이 전시된 그 성은 박물관으로 꾸며져 일반인에게 공개되고 있는데, 국가가 만든 박물관과는 또 다른 향기를 전해주고 있다.
유럽의 성을 구경하는 데 있어 빠뜨릴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정원. 오래된 정원은 각기 독특한 개성으로 무장하고 예술작품 이상으로 정성껏 꾸며져,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감흥을 전해준다.
샹띠이 성은 프랑스 최고의 정원설계사였던 앙드레 르 노트르의 초기 작품으로, 정원 안에 운하가 있을 만큼 큰 규모를 자랑한다.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으로 통하는 빌랑드리 성은 정통 르네상스 정원 양식의 극치를 보여준다. 14세기에 건축된 빌랑드리 성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역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곳으로, 정원이 특히 아름답다. 자로 잰듯 9개의 정사각형으로 나누어진 정원은 꽃과 채소, 허브 등으로 가꾸어진 것이 특징이다. 이 정원 역시 한 개인의 노력의 산물. 1900년대 초 성주가 된 까르벨로 박사는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기 위해 의사라는 직업마저 버리고 자신의 모든 것을 투자해 만들었다고 한다.
유럽 고성이 저마다 오래된 역사를 지닌 만큼 신비감을 더해주는 곳도 있다. 무려 1천800명의 인원이 20년간 지었다는 샹보르 성에는 440개의 방과 365개의 벽난로, 85개의 계단이 있다. 원래 이탈리아의 한 건축가에 의해 설계됐지만 정황상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건축설계를 변경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정설로 떠도는 만큼 비밀스러움을 간직하고 있는 성이다.
유럽의 수많은 곳을 다녀본 저자가 살고 싶은 도시 하나를 꼽으라면 어떤 도시를 택할까? 저자는 주저없이 프랑스의 동남쪽, 스위스 국경과 인접한 도시 안씨를 꼽는다. 안씨는 배산임수가 기막히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 여름과 겨울 모두 최고의 휴양지인데다 물가와 숙박비가 비교적 싸고 볼 것이 많기 때문이다. 도시의 건물과 거리는 수백 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도시 전체가 앤티크나 다름없다고 한다.
이 책은 객관적 여행정보만을 나열하던 여행안내서에서 탈피, 직접 발로 밟아본 자만이 느낄 수 있는 감흥과 다양한 에피소드를 버무려 친절한 구어체로 이야기해주고 있다.
여행지에 대한 역사적 배경과 설명도 빠뜨리지 않아, 여행지에 대해 미리 공부하고자 하는 독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준다. 또 여행지를 찾아가는 교통편이나 숙박요금, 입장료 등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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