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문서학회 지음/ 역사비평사 펴냄
의식주(衣食住)는 인간의 생존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이자 생활 그 자체이다. 하지만 어느 시대에 어떤 의도로 이를 구현했는가에 따라, 삶의 모습과 문화는 다양한 얼굴을 드러낸다.
역으로 '의식주'라는 테마를 통해 특정 시대를 재현해보면, 그 시대의 삶과 문화와 함께 정치·경제·사회 등 다양한 이면의 모습을 들추어낼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의식주의 생활이야말로 인간 본연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조선시대 생활사'라는 시리즈를 기획해오던 한국고문서학회와 역사비평사에서 조선시대의 삶을 가장 생생하게 재현해보기 위해 '의식주'라는 테마를 설정하면서 탄생된 것이다.
철저한 신분제 사회였던 조선시대에는 의식주의 구현을 통해 신분을 드러냈고, 국가의 정체성과 개인의 삶을 표현했다. 또한 시대의 유행과 아름다움을 표현했으며, 개성의 분출구로 이용했다.
하지만 의식주의 구현이 신분에 맞지 않을 때, 지나치게 사치스러울 때, 사회 분위기와 동떨어질 때, 조선 사회는 이를 법과 예의·관습 등의 이름으로 감시하고 제어했다. 이 책은 개인의 표현이 자유로운 현대 사회와는 달리 신분·관습·성별에 따른 규제가 공공연했던 조선시대에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 일상의 삶을 살아갔는지를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크게 복식문화와 음식문화, 주택문화 등 세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제1부 '신분의 상징, 복식 문화'에서는 조선 후기 남성 복식과 여성 복식에 관한 상세한 스케치와 이에 대비되는 법적·관습적 규제를 통해 복식 문화의 실재와 이념을 대비해 보고 있다.
여기서 돋보이는 것은 조선 후기 풍속화의 과감한 활용이다. 복식사나 미술사 전문가가 아닌 역사학자의 눈에 비친 풍속화, 그리고 여기에 나타나는 조선 후기 복식의 실상은 아마추어리즘에서 오는 신선함과 역사학자 나름의 안목이 조화를 이룬 결과이다.
제2부 '맛과 멋의 조화, 음식 문화'에서는 인간의 본능적 욕구인 식생활을 주식·부식·기호식품·구황식품으로 나누어, 각각의 연원에서부터 실제 어떤 음식을 어떻게 즐겼는지를 모두 보여준다.
식생활 문화의 실상에 접근하는 데에는 '미암일기', '묵재일기' 등 당시 양반들이 남긴 각종 일기 자료가 주효했다. 특히 밥을 주식으로 하는 식생활과, 김치·장·젓갈 등의 부식 문화와 술과 담배로 대표되는 기호식품 등은 현대 식생활의 원류를 보여주고 있다.
제3부 '참삶의 공간, 주택 문화'를 읽으면 마치 조선시대 양반가의 집짓는 과정을 몸소 체험하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집터를 잡는 과정에서 상량 및 집들이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주택의 각 공간을 실제 생활의 장으로서 바라볼 수 있도록 재구성했다. 아울러 호적·호구단자·가옥문기 등의 분석을 통해 조선 후기 사람들의 주거를 새롭게 정리했고, 온돌로 대표되는 한국적 주거 문화의 특징을 재현했다.
조향래기자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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