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배지 부인은 반 정치인?…공천비리 역할에 '관심'

입력 2006-04-14 11:18:24

한나라당의 공천비리 의혹이 불거진 이후 국회의원 부인의 '역할과 위상'에 대해 새삼 관심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번 공천비리 파문으로 정치생명마저 위태로운 처지에 놓인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 박성범(朴成範) 의원의 금품수수 의혹에 이들의 부인이 '연결고리'처럼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딱 잘라 말할 순 없지만 여의도 정가에서 국회의원 부인의 역할은 단순한 내조자나 가족 개념을 넘어 '정치적 동반자' '반(半) 정치인'이라고 해도 무방하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지역구 관리에다 의정생활, 당직활동, 매일같이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빡빡한 일정의 국회의원 입장에서 부인들의 적극적 내조가 의원 생활에 적지 않은 도움으로 작용한다는 의미다.

1996년 총선 당시 민주당 정대철(鄭大哲) 의원을 꺾고 정계에 입문한 박성범 의원 부인 신은경 씨는 KBS 앵커 출신이라는 대중성에 걸맞지 않게 매일 목욕탕에서 아줌마 유권자들의 때를 밀어주는 내조로 당선의 일등공신이라는 평을 들었던 것은 잘 알려진 일화다. 열린우리당의 한 초선의원 부인은 2004년 총선 때 3개월간 지역구 내 조기축구모임 등을 찾아다니면서 시원한 차(茶) 대접을 해 '하루이틀만 하고 그만두겠지.'라고 생각했던 주민의 마음을 감복시켰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이런 탓인지 의원인 남편이 사망하거나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의원직을 상실했을 경우 부인이 지역구를 이어받는 경우도 심심찮게 생기고 있다.

하지만 부인의 '왕성한 내조'가 종종 예기치 않은 결과를 만들기도 한다.

한나라당 김정부(金政夫) 의원의 경우 부인이 2004년 총선에서 불법 선거자금을 건넨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까지 징역 2년을 선고받아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

남궁석(南宮晳) 전 국회 사무총장은 우리당 후보로 활동하던 2004년 부인이 남편의 지지를 호소하면서 돈봉투를 전달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후보직을 사퇴하는 비운을 겪기도 했다.

김덕룡·박성범 의원의 부인들 역시 이번 공천비리 의혹 파문이 불거지고 검찰에 고발조치되면서 출국금지라는 예상치 못한 결과에 직면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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