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쌀 '밥상 공습'] ⑨일본은 어쨌나(하)

입력 2006-04-13 07:13:20

신토불이 '맛의 힘'…비싸도 대접받는 '국산'

"일본 농민들은 값싼 가격의 수입쌀이 발 들여놓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그래서 품질좋은 일본쌀을 많이 개발하고 있습니다. 일본국민들은 맛있고 품질좋은 쌀에 입맛이 길들여져 가격이 비싸도 우리 쌀을 사먹습니다. 미국이 칼로스쌀 요리 콘테스트 등 다양한 이벤트를 갖는 등 많은 노력을 하지만 가정주부들의 큰 관심은 끌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일본 농림수산성 도호쿠(東北)농정국 아키타(秋田) 농정사무소 요코야마 요시노부 식량부장은 일본쌀 경쟁력은'밥맛'이라 진단했다. 일본 소비자들은 싼 가격보다 입맛에 맞는 고급쌀을 원한다는 것. 칼로스쌀 등이 싼 값에 시판되더라도 소비자들은 별로 선호하지 않는 이유를'밥맛'때문으로 분석한 그의 말은 쌀산업 종사자들의 공통적인 신념처럼 들렸다.

이런 일본 소비자들의 쌀선택 성향으로 수입쌀의 싼값은 일본 국내쌀의 가격하락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아 한국과 상황이 달랐다.

아키타현 농림수산부 쌀수급반의 와타라이 노부키 주간은"수입쌀은 주식용이 아닌 주로 가공용으로 판매되는 탓에 일본쌀 가격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서"오히려 국내 쌀 수확량 등에 따라 가격이 변화될 뿐"이라 말했다.

일본은 수입쌀에 맞서 고품질쌀 개발로 소비자들의 입맛을 길들이는 '밥맛정책'으로 쌀산업 을 유지하고 쌀수입 파고를 넘고 있는 셈. 이는 일본의 대표적 농업지역으로 주요 쌀생산지인 니가타현(新潟縣)과 아키타현(秋田縣)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품종개발과 품질만이 살길

일본 전국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 가운데 홋카이도(北海道)에 이어 2, 3위의 쌀 재배면적을 자랑하는 곳은 바로 니가타현과 아키타현. 이 두지역은 쌀산업이 중요한 산업으로 취급받고 있는 곳. 그만큼 새로운 쌀품종 개발과'맛좋은' 고품질 쌀생산이 강조되고 있다고 니가타현 농림수산부 와다 마사히로 주요작물계장과 아키현 농림수산부 쌀수급반의 구로사와 마사히로 주사는 밝혔다.

쌀 주생산 지역인 만큼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들 두 현이 각각 자랑하는 대표적인 쌀품종이 바로 고시히카리(니가타)와 아키타고마치(아키타). 그런 탓인지 '환경에 좋은 니가타쌀'또는 '미인을 키우는 아키타쌀'이라는 등의 쌀홍보 문구를 건물이나 기차역 등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특히 이들 쌀은 도쿄, 오사카 등 대도시 웬만한 백화점이나 유통업체 등 어디를 가더라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유명브랜드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두 현청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고시히카리 쌀은 전국 쌀판매고 1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니가타현 와다 마사히로 계장은 "품질좋은 쌀생산 노력으로 전국에서 다른 쌀보다 비싼 값으로 대우받는 것은 바로 니가타에서 나오는 고시히카리쌀"라고 자랑했다. 특히 우오누마(魚沼)지역에서 생산되는 고시히카리쌀은 전국 최고값을 받는다고 했다. 그러나 와다 계장은 고시히카리쌀이 이처럼 소비자들로부터 사랑을 받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덧붙였다.

지난 1956년 품종이 개발된 뒤 생산량은 적게, 품질은 좋게 하는 등의 남다른 노력 끝에 20년이 지난 1970년 후반부터 유명세를 타는 등 많은 땀이 필요했다고 했다. 그 결과, 전국적으로 벼재배 면적의 30~40% 정도가 고시히카리 품종으로 채워졌으며 니가타의 고시히카리쌀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고시히카리쌀은 대만과 홍콩으로 수십t 규모로 수출되기도 한다고 와다 계장은 밝혔다. 물론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도 재배되고 있다고도 했다.

한편 아키타현에서는 고시히카리에 대항할 만한 아키타고마치 품종을 개발, 보급에 나서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으로 고시하카리와 순위자리 다툼을 하고 있다고 아키타현의 구로자와 마사히로 주사는 말했다.

아키타 지역에서 생산되는 쌀의 85%를 차지하는 아키타고마치는 지난1977년 개발된 뒤 품종개량 등 연구가 계속돼 7년 지난 1984년부터 본격 보급, 현재 14개현에서 재배되는 등 일본 대표 품종의 하나로 성장하게 됐다고 후지타 요시카츠 아키타현 농업시험장장은 밝혔다. 후지타 장장은 또 "아키타쌀의 경쟁력을 위해 다른 품종보다 수확시기를 가장 빠르게 해 8월하순부터는 생산이 시작된다."며 고시히카리와 다른 경쟁력을 갖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아울러 "고시히카리가 중앙정부 차원에서 개발된 것인 반면 현 단위에서 아키타고마치 같은 좋은 품종 개발은 아키타가 처음"이라 덧붙였다.

주일 한국대사관 김홍우 농무관과 경북도청 도쿄사무소 이상기 소장은"이처럼 일본인 입맛에 맞는 대표적인 쌀품종의 개발과 쌀연구 노력이 있었기에 일본 쌀이 소비자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수입쌀이 맥을 추지 못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고시히카리의 힘

올해로 품종개발 50년 역사를 자랑하는 고시히카리는 일본쌀을 사실상 대표하는 브랜드이자 품종의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다는 것이 일본 농업분야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고시히카리는 1979년 이후 27년째 전국 쌀재배 면적 1위자리를 고수하고 홋카이도와 아오모리현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생산되고 있다는 것. 벼재매면적(144만7천779ha)의 38.1%(55만1천123ha)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2위~4위는 히토메보레와 히노히카리, 아키타고마치 품종으로 나타났는데 이들 4품종이 전체면적의 67.8%(98만1천939ha)를 점유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니가타의 4지역(이와후네·사도·니가타·우오누마)에서 생산되는 고시히카리 쌀은 다른 쌀보다 비싸도 인기다. 특히 우오누마산은 전국 쌀 가운데에서도 가장 높은 값에 거래되고 있다고 전국농업협동조합연합회(JA全農) 니가타본부 니가타 정미공장 가토 마사유키 공장장은 설명했다.

농림수산성의 쌀 도매가 조사결과 지난해 10월 우오누마 고시히카리쌀 가격(백미 10kg기준)은 5천468엔으로 니가타의 다른 지역 고시히카리(4천327엔) 보다 1천엔 이상 높았고 홋카이도산 쌀(2천974엔) 보다 배 이상 비싸게 팔렸다. 물론 소매가는 이보다 더욱 높게 형성됐다.

◆품질은 수출도 가능케 한다

일본은 쌀을 수입도 하지만 연간 400~500t을 대만과 홍콩, 싱가포르, 미국 등에 상업용으로 수출하기도 한다. 일본은 또 중국이나 동아시아 국가들의 부유층을 상대로 일본 음식문화전파 영향으로 쌀 수출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이들 수출쌀들은 일본 국내보다도 높은 가격으로 팔리는 등 '쌀대접'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만에서는 니가타산 고시히카리쌀이 kg당 740~1천엔까지, 홍콩에서는 720~750엔, 싱가포르에서는 800~1천엔에 거래되고 있다고 농림수산성은 밝혔다. 농림성은 앞으로 해외 쌀수출을 위해 농민단체 등과 긴밀히 협조, 일본쌀의 우수성을 앞세워 수출확대 정책을 적극 벌여나갈 계획임을 관련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 농림성은 지난해 4월 농림성 등 관련기관·단체들로 구성된 '농림수산물 등 수출촉진 전국협의회'을 하여금 민관 합동으로 쌀을 비롯한 농수산물 수출 가속화에 나간다는 방침이다.

니가타현·아키타현에서 정인열기자 oxen@msnet.co.kr

※고침=4월10일자 22면의 수입쌀 밥상공습 관련기사 중 일본 니가타현의 한자표기가 신사현(新瀉縣)이 아닌 신석현(新潟縣)으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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