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7월 외환은행 운명을 가른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 전망치 조작여부를 놓고 공방이 뜨거워지고 있다.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을 감사하고 있는 감사원은 지난 10일 "실무자에게 BIS 자기자본비율을 바꿔 보고토록 한 금감원의 백모 국장 윗선의 보고라인인 금감원 원장, 부원장, 부원장보까지도 조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감원은 BIS 비율 조작 지시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감사원, 금감위, 금감원 등의 주장과 언론보도 등에 근거해 2003년말 BIS 비율전망치 산정 과정을 재구성해 본다.
◆ 10인 회의 상황 외환은행은 지난 2003년 6월16일 공식 자료를 통해 연말 BIS비율이 9.14%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3월 말 BIS비율 8.55%를 근거로 작성한 것으로 실제 6월말 비율이 9.56%로 1%포인트 이상 높아져 9%대 달성 가능성은 무난해 보였다.
그러나 보름 뒤 재정경제부 주도로 열린 10인 회의 이후 외환은행의 연말 BIS에 대한 전망이 급격하게 비관적으로 바뀌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서울 한 호텔에서 열린 회의에는 주형환 당시 청와대 행정관을 비롯해 변양호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현 보고펀드 공동대표)와 추경호 과장, 김석동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1국장(현 재경부 차관보), 유재훈 과장, 이강원 외환은행 전 행장, 이달용 전 부행장, 전용준 전부장, 신재하 모건스탠리 전무(현 보고펀드 공동대표) 등 10명이 참석했다. 회의 참가자들에 따르면 당시 외환은행은 연말 BIS비율 전망을 5.4%로 제시했다.
BIS 비율을 6.16%로 전망한 의문의 팩스의 근거가 된 충당금이 1조 7천억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더 큰 규모의 손실을 가정한 전망이다. 그러나 28일 개최된 외환은행 이사회에서 이달용 전부행장은 론스타가 평가한자산손실액 1조 6천억 원에 대해 은행 자체 실사를 통한 비관적(Pessimistic) 전망인 1조 3천600억 원보다 높은 점에 이견을 보인 터라 외환은행에서 왜 5.4%를 제시했는지 의문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전 전부장은 더 낮았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금감위·금감원 지시 논란 이튿날 금감위 송현도 은행감독과 사무관은 금감원 이곤학 수석조사역에게 외환은행의 연말 BIS비율 전망치 점검을 요청한다. 이 조사역은 백재흠 은행검사1국장에게 이를 보고했고, 백 국장은 3월말 실적을기준으로한 9.14% 대신 최신 자료를 은행 측으로부터 받아 보고하라고 지시한다.
여기서 금감위 사무관의 요청만으로 금감원 국장이 BIS비율 재작성을 지시한 점이 의문시되고 있다.
또한 분기별 BIS 비율 점검을 담당하는 은행감독국 대신 은행검사국에서 조사를 담당한 것도 의문이다. BIS비율 전망치 등 경영상황 보고서 작성을 금감원에 요청한 송 사무관은 "정부기관 과장까지는 쟁점에 대해 대외적으로 발언할 수 있지만, 실무자에 불과한 사무관이라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며 입을 닫고 있어 상부 지시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김석동 당시 국장 역시 "15일 회의에서 금감위에서는 법률적 검토를 맡기로 하고, 외환은행 경영 현안은 금감원에서 금감위에 바로 보고키로 했다"며 간여 여부를 부인하고 있다.
◆ 6.16% 탄생 의혹 금감원은 16일 당일 외환은행 허모 차장(지난해 8월 사망)으로부터 e메일로 5.4% 전망치를 전달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조사역은 근거가 없다며 다시 보내줄 것을 요청해 이후 허 차장으로부터 두 차례 더 e메일을 받았다.
21일 금감원은 문제의 6.16% 전망치가 담긴 팩스가 들어오자 이를 금감위에 보고한다. 금감위는 25일 회의에서 6.16% 전망을 토대로 외환은행을 잠재적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대해 은행 대주주 자격을 승인해 준다. 그러나 21일 금감원에 보내진 팩스에는 행장 결재나 발송자가 적혀 있지 않아 허 차장이나 외환은행에서 보내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당시 외환은행 매각 TF에 간여했던 한 관계자는 "허 차장은 물론 팀장급도 팩스를 보낼 위치에 있지 않았다."며 "전 전부장은 보고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003년 9월말 외환은행의 실제 BIS비율이 전분기말과 비슷한 9.48%를 기록해 5.4%나 6.16% 전망이 어떤 근거로 작성됐는 지도 의문이 되고 있다.
연말 외환은행의 BIS비율은 9.32%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김 국장은 "당시 대기업들이 외환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빼고 있던 시점이라 BIS비율이 8% 이하로 나와 적기 시정조치를 받게되면 망할 수도 있었다."며 9월말 BIS 비율의 뻥튀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외환은행 측도 외환카드 예상손실 1조 4천억 원이 반영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시 은행 BIS 비율에 정통했던 관계자들은 6.16% 전망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어 논란은 끝나지 않고 있다. 외환은행 전직 고위 관계자는 "2002년 3월 부실금융기관에서 해제된 이후 정상화되고 있던 시점이라 6%대 시나리오는 은행내에서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며 "2004년에 문제가 된 외환카드 부실을 미리 감안했더라도 지분율이 30~40%에 불과해 BIS 비율이 심각하게 떨어지는 상황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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