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편지 같은 복사꽃에 수줍음이…영덕의 '붉은 봄'

입력 2006-04-12 07:30:09

이즈음 경남 하동이 하얀 꽃멀미를 앓는다면 경북 영덕은 온통 붉은 꽃멀미를 앓는다. 영덕읍에서 오십천변을 따라 안동방향으로 난 34번 국도변이 복숭아밭인 꽃마을이다. 영덕읍에서 황장재를 넘기까지 붉은 수평선이 이어진다. 거의 10㎞ 구간이다.

국도가 붉은 복사꽃밭의 중심이라 굳이 꽃을 찾아 헤맬 필요도 없다. 오십천변의 들판은 물론 높지않은 야산 능선까지 복사꽃이 들어찼다. 분홍빛 봄바람을 타고 현기증이 인다.

영덕 오십천 주변은 모래가 많고 물이 잘 빠져 복숭아재배에 적지다. 복숭아 산지로 알려진 건 사라호 태풍 이후. 수해를 입고 논밭이 폐허로 변해버리자 농민들은 복숭아나무를 심었다. 그래서 이곳엔 20년 이상된 복숭아 나무들도 많다. 아무렇게나 카메라를 들이대도 '그림'이 된다. 끝없이 펼쳐진 붉은 복숭아밭과 파란 하늘, 흰 구름이 어울려 풍경화가 그려진다. 군데군데 하얀 배꽃이 색다른 아름다움을 뽐낸다. 복사꽃의 느낌이 원초적인 아름다움이라면 배꽃은 청순함에 더 가깝다.

대구에선 남안동IC-안동시내-임하댐-진보를 거쳐가는 34번 국도를 타고 황장재를 넘으면 붉은 바다가 시작된다. 포항에서 7번국도를 타고 영덕에서 안동 가는 34번 국도를 갈아타도 된다.

대구 달성군의 비슬산도 붉은 꽃멀미를 앓기는 마찬가지다. 매년 이맘때면 참꽃제가 열린다. 올해 열리는 제10회 비슬산참꽃제는 16일부터 23일까지. 행사는 비슬산자연휴양림 일원에서, 참꽃 구경은 대견사지 위쪽의 비슬산 정상에서 한다.

해발 1천m가 넘는 대구 달성군 비슬산에 오르면 30여만 평에 이르는 광활한 초지에 참꽃군락지가 조성되어 있다. 대견사지를 지나 능선을 따라가며 연분홍 참꽃들이 천상화원을 만들어낸다. 멀리서 보면 꼭 새색시의 홍조를 닮았다.

박운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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