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논단] 한국민주투사들의 실수

입력 2006-04-11 09:08:41

우리 역사에는 유신, 5공이라는 독재의 시대가 있었다. 김대중·김영삼 등의 민주투사들이 이 체제를 타도하고 정치적 민주화를 위해 맹활약을 하였고 결국 성공해 정권을 장악했다. 그러나 민주화가 되었다고 해서 한국의 문제가 모두 해결되지는 않았다. 어떤 문제는 더 복잡해졌고 특히 경제는 상당히 악화되어 결국 I.M.F 사태라는 국가적 수모를 당하고 국민의 생활은 말 할 수 없이 어려워졌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였는가?

그 이유는 유감스럽게도 한국 민주투사들의 국정수행 능력 때문이었다. 김영삼 정부는 지나치게 높은 원화 가치와 노동자의 권익보호에 집착하다가 급기야 외환위기를 초래하였고 그 다음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운영능력도 김영삼 대통령과 별로 다를 바 없었다. 국가가 일단 민주화 되었으면 민주투사들은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고 전문기술 관료인 테크노크라트에게 국정을 맡겼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정권을 소유하게 된 자신들이 직접 국가를 경영하겠다고 나섰다가 초래한 대재앙이었다.

이는 이들이 집권하고 나서 재벌총수들에게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줄기차게 주장해온 것과는 상당히 상반되는 모순된 모습이었다. 인도의 독립투사 간디는 인도가 독립하자 자신의 역할은 끝났다고 생각하고 정치에 간여하지 않았지만 한국의 민주투사들은 민주화가 된 뒤에도 끝까지 국정에 간여했던 것이다. 민주투사가 국정에 간여해서는 안되는 이유는 선(善)과 악(惡)의 구별과 능률, 비능률의 구별 문제 때문이다. 우리는 선과 악을 구별하기는 쉽지만 실제로 선을 행하기는 어렵. 그러나 능률과 비능률은 일반인들이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일단 능률적이라고 판단되면 쉽게 능률적인 방법을 채택하게 된다. 민주투사들은 독재(惡)와 민주주의(善)를 구별하여 선을 실제 행동으로 옮긴 용기있는 사람들이었다. 일반인들도 민주주의(善)가 좋은 일이란 것은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용기가 없어서 시행하지 못 했었다. 일반인들이 자신들의 개인적인 이익(능률)을 추구할 때 민주투사들은 선을 추구하고 실제 행동으로 옮긴 양심적인 인사들이었다. 따라서 민주투사들의 궁극적 목표는 능률보다는 정의와 선인 것이다. 그러나 민주화가 된 이후에 국가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선과 악의 구분이 아니라 능률과 비능률을 구분하여 능률을 추구해야 하는데 민주투사들이 지나치게 선에 집착하여 능률을 떨어뜨리는 중대한 실수를 범했던 것이다.

김영삼 대통령은 집권하자 역사 바로세우기를 하겠다고 나섰다. 결국 역사적 이해가 모자란 그는 역사를 바로세우려고 성급히 덤벼들다가 경제를 완전히 뒤짚어 놓는 역사적 과오만 저질렀다. 그후 김대중 대통령은 좌파에게는 햇볕을 우파에게는 싸늘함을 보여 주어 한국의 정체성에 일대 혼란을 초래하고 말았다. 다시 현 노무현 대통령은 과거사 정리를 하겠다고

수십년 전 대한민국 건국시대의 과거역사까지 재조명하는 대단한 의욕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그는 과거 조명에 너무 집착하다가 한국의 미래를 조명하는 일을 등한시 하여 이제 한국의 미래는 깜깜한 암흑 천지가 되고 말았다 .

미국이나 일본등 선진국들은 민주주의와 경제를 동시에 해결하였지만 한국은 민주화가 되는 순간에 경제적 타격을 받고 휘청거리기 시작했다.그 이유는 민주투사들의 국정수행 능력 뿐 아니라 한국인들의 지적 수준과도 연관이 있는 것 같다. 일례로 한국은 정치적 민주화가 되자 선진국들과 달리 법과 원칙은 뒷전으로 밀리고 집단으로 떼를 쓰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포퓰리즘이 판을 치게 된 것이다. 거기다가 권한은 있고 책임은 없는 시민단체들의 무책임한 정치간섭은 한국을 낙후시키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정치는 선과 능률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며 선의 추구에 집착하여 능률을 저해해서도 안되고 능률에 집착하여 선을 등한시해서도 안되는 것이다. 또한 미래에 대한 확고한 비전이 없는 과거사 정리는 필연적으로 우리에게 과거를 향한 퇴보를 강요할 수 밖에 없다.

버틀란드 럿셀의 말처럼 사랑없는 지식도 지식없는 사랑도 우리 인류를 구원하지 못 하였듯이, 능률이 없는 선도 선이 없는 능률도 우리 한국을 구할 수 없다.

이용재 대구경북개원내과의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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