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쌀 '밥상 공습'] 일본은 어쨌나(상)

입력 2006-04-10 07:33:23

"우리는 오랫동안 준비를 해 왔습니다. 일본도 한국처럼 농촌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미국쌀과 중국쌀이 들어와도 큰 걱정은 않습니다. 실제로 시중에서 수입쌀을 파는 곳을 찾기는 힘들 것입니다."

사실이었다. 지난 2, 3월 일본 도쿄와 농업지역으로 유명한 아키타현(秋田縣), 니가타현(新瀉縣)에서 만난 농업관련 공무원이나 쌀산업 관련자들의 말대로 수입쌀을 파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도쿄의 유명 백화점 및 유통업체 식품코너에는 일본의 유명 브랜드쌀들로 넘쳐났다. 그러나 수입쌀은 찾아볼 수 없었다. 종업원들에게 수입쌀은 어디 있느냐고 묻자,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미국 칼로스쌀이나 수입쌀이란 단어에 익숙치 않았다.

미국 쌀협회와 캘리포니아 쌀협회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일본은 해마다 수십만t의 칼로쌀을 비롯, 해마다 70만t 넘는 쌀을 수입한다. 하지만 일본에서 칼로스 쌀 구경하기 쉽잖은 이유는 간단했다."일본에도 우수한 쌀이 많은데 굳이 수입쌀을 찾을 필요있겠느냐?"는 너무나 짧은 대답이 그 것.

우르과이 라운드(UR) 협상결과, 우리처럼 쌀시장 개방이 유예됐으나 한국과 달리 스스로 쌀시장의 빗장을 벗어던진 일본. 그렇지만 일본 식탁에서 수입쌀 밥을 찾기는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일본은 어떻게 쌀산업을 지켜나가는지 살펴봤다.

◆철저한 준비만 살길이다

"해마다 소비는 줄고 수입물량은 많아져 재고부담이 늘어나는 등 어려움이 가중돼 결국 쌀시장을 개방했으나 충분한 준비과정을 거친 만큼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일본 농림성 식료기획과 나카지마 하야토 과장보좌는 쌀시장 배경을 담담하게 설명했다. 일본 역시 UR협상에서 1995년부터 2000년까지 6년간 쌀시장을 개방않는 대신 매년 의무적으로 일정량의 MMA(최소시장접근) 쌀을 수입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국익 차원에서 결국 1999년 4월 쌀시장을 열었다는 것.

다시 쌀시장을 유예하면 MMA 물량은 더욱 불어날 전망이었던 것이 시장개방으로 연간 77만t선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민간업자들의 수입물량(SBS)은 연간 10만t 정도를 배정하는 등 시장개방이 오히려 관세화 유예보다 유리하다고 판단한 셈.

그는 이미 국내에서는 쌀소비가 갈수록 감소세를 보여 1인당 연간 쌀소비량 경우 1970~1980년대까지는 70~90kg대를 유지했으나 1990년(70kg) 이후 60kg대에 첫 진입하는 소비감소에도 의무적으로 쌀을 수입해 올수 없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쌀소비량은 계속 감소해 2004년 현재 61.3kg를 기록, 60kg대도 무너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본정부는 특히 개방에 따른 충격완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을 강조했다. 나카지마 보좌는 관세화 유예유지 경우와 관세화 때의 장단점을 충분히 검토, 농민과 농민단체 등 생산자, 소비자, 국민을 상대로 많은 설명회를 거쳐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것.

이와 관련, 주일 한국대사관의 김홍우 농무관은 일본은 이미 UR협상당시인 1986년부터 정부수매가격을 내려 국내외 가격 차를 줄이는 쌀수입 개방에 대비, 많은 정책들을 추진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관세화 합의과정에서 여당인 자민당과 농림수산성, 농민단체 등 3자 대표가 참가하는 협의를 통해 대책을 마련하고 관세화를 이끌어냈다."며 했다. 또한 김 농무관은"일본정부는 농민피해 최소화를 위해 논농업 직불제나 환경 직불제, 규모화직불제 등 다양한 정책을 마련해 탓에 농민들로부터 합의를 받아낼 수 있었을 것"이라 분석했다.

◆맥 못추는 수입쌀

"일본 사람들은 '고시히카리' 쌀이 최고인줄 알고 있습니다. 미국 칼로스쌀이나 수입쌀에 대해서는 잘 모를 것입니다."

경북도청에서 파견된 이상기 일본 도쿄 주재관은 일본 국민들의 일본쌀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고 잘라 말했다. 주일대사관 김홍우 농무관의 설명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고 일본 농무성 식량부 계획과의 이시즈카 마사미 쌀유통조정관이나 스다 요시나리 식량정책계획 책임자 도 대체로 이에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일본의 쌀시장이 개방됐지만 수입쌀들이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해마다 미국 칼로스쌀이나 중국 자포니카 쌀 등 수입쌀이 수십만 t에 이른다. 하지만 수입쌀 판매처를 찾기가 쉽지 않다. 식탁에 오르는 수입쌀 밥 역시 찾기 어렵다고 했다.

실제 농림수산성 자료에 따르면 수입쌀 대부분 가공용 및 원조용으로 쓰여진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수입쌀 소비량은 수요량보다도 적어 일본에서 만큼은 수입쌀이 일본 식탁에서는 별다른 파괴력을 발휘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같은 원인에 대해 농림성 관계자들은 ▷일본쌀의 뛰어난 품질과 국민 입맛에 따르지 못하는 수입쌀 품질 ▷수입쌀의 값싼 가격의 매력상실 ▷국민들의 수입쌀 외면 ▷농민들의 쌀경쟁력 강화노력 등이 맞물렸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이시즈카 마사미 쌀유통조정관은"미국쌀을 파는 판매촉진협의회에서 전국 100곳 정도의 점포에서 수입쌀을 팔지만 외식산업 및 도시락업체 등을 빼면 일반 가정판매는 미미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따라서 일본의 쌀 시장개방에도 불구하고 슈퍼나 백화점 등 유통업체에서 소포장으로 판매하는 수입쌀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 덧붙였다.

농림성의 도호쿠(東北)농정국 소속으로 아키타(秋田) 농정사무소의 식량부 소비유통과 고마쓰 가즈히코 업무관리관도"도쿄와 같은 대도시에서처럼 이곳 아키타·니가타·아오모리 등 일본 동북북지역에서도 수입쌀 찾기는 쉽지않기는 마찬가지"라 전했다.

이처럼 일반 소비자들의 수입쌀 기피현상 탓인지 호텔 등 숙박업소나 대형식당 등에서는 식당입구에는 일본쌀의 원산지를 알리는 표지판을 내걸기도 하고 있다.

니가타 현청에 근무하는 장현수 국제교류업무 당담자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고시히카리 쌀의 주생산지역인 니가타에서는 현청 식당이나 호텔 등에서도 고시히카리 쌀로 지은 밥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농무성 관계자는 "식당이나 도시락 등에 원산지 표시를 하도록 비록 권장은 하지만 의무화 하지는 않고 있으며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일본 소비자들의 수입쌀 외면으로 전체 쌀 소비량에서 수입쌀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수입쌀은 주로 가공용으로만 소비됐고 주식용은 한 때 1%를 조금 넘기도 했으나 2004년에는 0.6%에 그치는 등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가 관세화를 단행했지만 수입쌀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도쿄에서 정인열기자oxen@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