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돼서 어떻게 이토록 잔인할 수 있단 말인가. 말을 듣지 않는다고 열세 살짜리 딸의 얼굴을 물이 가득 찬 세숫대야로 밀쳐넣어 정신을 잃게 만들고, 집에 늦게 들어왔다는 이유로 두루마리 화장지를 입에 틀어넣고 접착테이프로 봉한 뒤 마구 주먹질하는 아빠….
대구지역의 가정 내 아동 학대가 줄어들기는커녕 매년 큰 폭의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어 안타깝다. 대구 아동학대예방센터의 지난해 9월 현재 아동 학대 신고 접수건은 211건으로 2001년 93건, 2002년 135건, 2003년 128건, 2004년 215건 등으로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신고를 꺼리는 가정폭력 사건의 특성상 실제 발생 건수는 훨씬 많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아동 학대 사건의 증가 추세와 함께 폭력의 수위 또한 심각하다. 사례로 든 대구 동구 한 가정의 경우도 시도때도 없이 벌어지는 가장의 손찌검으로 공포에 떠는 가족들을 보다 못해 친지들이 고소장을 내기에 이르렀다.
'가정폭력방지법' 시행 9년째지만 우리 사회의 가정 내 폭력은 여전히 숙질 줄을 모른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처음 실시한 가정폭력 실태 전국 단위 조사에서는 2가구 중 1가구꼴로 자녀에게 신체적 폭력을 가하며,그것도 발로 차거나 주먹으로 때리는 정도 이상의 '심한 폭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 내 아동 학대는 가출과 약물'알코올 중독, 범죄 등 탈선 및 반사회적 행동으로 쉬 연결될 수 있다는 데서 심각하다. 부모의 학대가 자녀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원흉이 될 수 있다. 아동기에 가정 폭력을 당한 사람이 성인이 된 후 자녀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비율이 남성 53%, 여성 64.4%에 이른다는 사실은 무얼 말하는가.
아동 학대는 가정의 평화를 깨뜨리고 사회 전체의 건강성을 해치는 독소이다. 그러나 그 위험성에 비해 일반 형사사건과는 달리 접근 금지나 친권 제한,사회봉사 정도의 가벼운 처벌에 그치는 것이 대부분이다. 가정폭력은 갈수록 흉포화되는데 법은 있으나마나한 솜방망이에 불과하다. 관련 법을 개정해서라도 습관적이고 흉포한 가정폭력 가해자에게는 그에 합당한 처벌을 내리도록 해야 한다. 자녀를 소유물시하는 그릇된 인식을 바꿀 수 있게끔 다양한 차원의 부모 교육 등 제도적인 뒷받침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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