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엄마들의 사랑방, 꼬마 손님들의 놀이터입니다."
대구시 중구청 맞은편에 있는 '해맑은 어린이 서점'은 여러모로 독특하다. 가게입구에 놓인 커다란 미끄럼틀을 타면서 고무공을 갖고 노는 아이들을 보면 어린이집이 아닌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또 2층 한쪽 4평쯤 되는 공간에 한 떼의 젊은 엄마들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수다를 떨고 있는 광경도 낯설기만 하다.
하지만 이 곳은 어린이용 전집을 파는 어엿한 서점. 1층 사무실(40여평)을 개조, 두개 층으로 나눈 뒤 아랫층은 놀이방, 윗층은 매장과 편히 앉아서 책을 볼수 있는 카페(해맑은 어머니 카페)을 만들었다.
독특한 공간인 만큼 손님들과 황대성(31) 사장의 유대관계도 유별나다. 젊은 엄마들이 카페에서 이야기라도 나누면 총각 몸으로 스스럼없이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이 때 음료수 심부름은 그의 몫. 그래서 붙은 별명이 '황 마담'이다.
"엄마 손을 잡고 이 곳에 몇 번 들러본 꼬마들은 저를 '삼촌'이라고 불러요. 한 번 오신 분들은 우리 서점회원이 돼 대부분 또다시 들러주시고요. 책을 사지 않더라도 오셔서 책을 보고 가시거나 다른 엄마들과 어울려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그의 서점 운영방식도 남다르다. 매장과 별도로 카페에 비치한 어린이용 전집 2천500여권은 회원들에게 10일간 무료로 대여해 준다. 온돌을 깐 카페엔 컴퓨터, 공기청정기, 커피자판기를 들여놨고 1층 놀이방에서 노는 아이를 지켜볼 수 있는 모니터도 있다.
그 뿐 아니다. 지난 2004년 7월. 여행사 일을 하다 사전경험도 없이 호기롭게 서점 문을 연 뒤 8개월 동안 파리만 날리면서도 동화책 1천여 권을 고아원 2곳, 종합병원 6곳, 산골 초교 1곳에 나눠줬다.
친절한 미소와 편안한 매장 분위기 때문인지 손님이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 하지만 늘 주머니는 텅 비어있단다. 카페와 놀이방 등 시설에 계속 투자를 한 탓. 손님들이 '언제 돈 모아 장가 가냐'고 걱정할 정도다.
그래도 또 황 사장은 계속 일(?)을 저지른다. 지난해엔 회원들과 버스 한 대를 빌려 대전동물원에 다녀왔고 호응이 좋자 이달 말엔 버스 두 대로 경남 고령에서 열리는 '세계공룡엑스포'에 다녀올 참이다.
황 사장이 꿈꾸는 공간은 책, 자연 체험학습장, 어린이식당이 갖춰진 '키즈 랜드'를 만드는 것. 현재의 매장도 더 확장해 카페를 몇 개 더 만들고 싶어 한다. 서점 운영이 궤도에 오른 지 이제 4~5개월. 쉽지만은 않은 꿈이다.
"평일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손님들을 위해 명절 연휴 외엔 주말에도 쉬지 않습니다. 열심히 하다보면 손님들이 알고 더 찾아주시겠지요. '진심은 결국 통하는 법'이니까요."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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