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가에서-이성(理性)의 제국, 감각(感覺)의 식민지

입력 2006-04-08 07:45:43

인간과 유전자가 99% 동일한 영장류는 침팬지이다. 그중에서도 1929년 처음 발견된 보노보(일명 피그미 침팬지)는 직립보행은 물론 교미기와 상관없이 상호관계를 조정하기위해 섹스를 활용하는 등 인간과 가장 근접해있다. 오히려 암컷과 수컷이 평등하다는 점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사회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오늘날 생명진화의 과정자체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무엇 때문에 무엇에 의해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논란만이 있을 뿐이다. 있음과 없음의 경계를 지나 생물과 무생물의 분리과정을 경유하여 원인(猿人오스트랄로피테쿠스), 구인(舊人네안데르탈인), 신인(新人크로마뇽인)을 거쳐 오늘의 인간에 이르렀다. 그 지난한 과정은 우리 속에 이어져 오고 있다. 인간은 그리 별스러운 존재가 아니다.

인간의 경계에 있는 대표적인 것이 반성과 언어이다. 사물을 구별하고 자기를 인식하고 이것 자체를 다시 재인식할 수 있는 능력이 반성이다. 이성의 자기인식이 반성이다. 대단한 능력이다. 이점이 보노보와 인간을 구분 짓는 결정적인 것이다. 도구를 만들고 발전시켰으며 생산력을 비약적으로 증대시켰다. 복잡하고 방대한 사회조직을 만들고 운영하고 우주만물에 관한 엄청난 양의 정보와 지식을 받아들이고 재생산하게 해주었다. 그래서 만물의 영장이라는 선언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인간을 평정한 제왕, 이성은 제국을 건설하였다. 언어라는 가공할만한 무기를 통하여 과학, 논리, 합리성이라는 군대를 창설하고 토템과 샤만 그리고 신화의 시대를 정복했다. 모든 감각의 나라는 식민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악보가 악기를 지배하게 된 것이다. 축구경기의 해설자가 선수들의 움직임을 지시하는 꼴이 되 버린 것이다.

정보화 시대를 지나 바야흐로 창조화의 시대로 진입한다고 한다. 유아들의 학습지에서부터 대기업의 구호에 이르기 까지 창조와 창의력이란 말이 난무한다. 도구와 해설의 제국 이성의 제국에서는 불가능한 것이다. 이성의 제국은 해체되어야 한다. 감각의 식민지는 주권을 회복하여야 한다.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서 지금까지의 자신을 부정하고 식민지배를 종식하는 것이야 말로 이성의 종말이자 자기완성이 아닐까?

황보진호 (하늘북 커뮤니케이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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