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박소유 作 '아름다운 비밀'

입력 2006-04-06 07:43:24

아름다운 비밀

박소유

너는 감추고 싶은 섬이다

나는 부르는 대로 달려가는 일몰이듯

한 발자국 더 내디딜 수 없는 건

완강한 바람, 바람 때문이 아님을 안다

달과 별이 천 개 잎을 흔들며 오고

그 뒤 낯선 우리

붉은 눈물 속에 젖어 있다

시간의 그늘진 곳에서 헤어질 사랑아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이름 밝힐 수 없는 섬 하나

내 안의 살, 다 파먹고

자꾸만 부풀어 올라

나는 숨이 막힌다

사랑은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다. 들킴이 바로 사랑의 순결성을 침식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은 '감추고 싶은 섬'인 것이다. 그 사랑이 부르면 '부르는 대로 달려가'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닿을 수 있는 '섬'이 아니다. 그것은 '바람 때문이 아니'라 사랑은 '남'으로부터도, 심지어 '나'로부터도 '감추고 싶은 섬'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사랑은 언제나 새롭고 낯설다. '달과 별이 천 개 잎을 흔들며 오'는 신천지인 것이다. 이 낯섦이 끝없는 그리움을 낳는다. 그래서 '사랑의 섬'은 '내 안의 살, 다 파먹고' 끝없이 부풀어 오르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낯선 '섬'을 향하여 아무도 몰래 끊임없이 노를 저어 가는 일이라 하겠다.

구석본(시인)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