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봄이 되면 스프링 휘버(Spring Fever)에 걸린다는 말이 있다. 생명의 기운이 넘쳐 오르는 봄의 들녘으로 달려나가고 싶은 우리들 모두의 열망을 말하는 것이다.
매년 4월이면 나도 반쯤 들떠서 산다. 안식년 겸 장기 해외여행을 다녀온 후 시작한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숲가꾸기 운동이 어느덧 23년이나 되어, 봄만 되면 언제나 그렇게 들떠서 살게 되는 가보다. 특히, 신혼부부들과 나무를 함께 심을 때는 언제나 새로운 감흥과 꿈과 희망을 갖게 된다. 올해 나무를 심은 곳은 북한쪽 땅, 금강산 주변 고성군 금천리 마을 뒷산이었다.
4월 1일 하루 종일 내린 비가 부족하다고 느꼈는지, 이튿날인 2일 새벽에도 비는 내리고 있었다. 추위와 봄비에 연로하신 어르신들께서 자칫 감기가 드시거나, 미끄러지실까 봐 걱정은 되었지만, 신혼 부부들처럼 각자 10 그루 나무를 손수 심으시겠다는 단호한 결의에 이내 안심하고 산행에 나설 수 있었다.
판초라는 비옷을 입고 나무를 심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불평하는 사람이 없었다. 구덩이를 정리하고, 묘목을 옮겨 심고, 정성스레 흙을 채운 후 뿌리가 제대로 펴도록 묘목을 위로 지긋이 당겨 올리며 흙을 다져주고, 가장자리에 비료를 정성스레 묻어주는 모습은 하나 하나 생명을 심는 감동적인 모습들이었다. 특히, 덧흙을 덮고, 행여 흙이 쉽게 마를까봐 주변의 낙엽들을 모아 덮어주는 모습은 마치 잠자는 어린 아기들에게 정성스레 이불을 덮어주듯 사랑이 넘쳐 보였다.
금년에는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환경림 조성목적만이 아닌 수확용 밤나무를 심는 것이라 의의가 새로왔다. 비록, 자주 가 볼 수 있는 남한쪽 땅은 아니었지만, 참가자들은 길어야 5년, 짧게는 3년쯤이면 열릴 무수한 밤송이들을 벌써 보고 있는 듯 했다. 지난 23년을 고집스레 환경림 조성만을 주장하며, 천년을 살 수 있는 소나무, 잣나무, 전나무 등 장수 침엽수들을 주로 심던 관행으로서는 큰 변신이자 일탈이었다.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숲가꾸기 운동이 이렇게 북녘땅까지 확대될 수 있던 것은, 이 운동이 남쪽에서는 이미 전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만큼 다양한 범국민적 시민운동으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97년의 IMF 외환위기 때, 다만 10만명의 실업자라도 숲으로 모셔, 심신의 건강도 지키게 하고, 한 달에 90만원이라도 경제적 소득을 갖게 할 겸, 너무 과밀하게 웃자라 있던 숲을 솎아주고 가꾸어 주려고 시작한 생명의 숲 국민운동이 이미 우리 사회 모두가 흐뭇해 할만한 숲운동으로 자리잡은 것이 큰 힘이 되었다.
생명의 숲 국민운동이 주관하고 있는 학교숲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시범학교만 해도 5백 개에 이른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추가 실시하고 있는 학교들까지 합치면, 무려 3천 개에 달한다. 학생, 선생님, 학부모만 합하더라도 3백만 명을 웃도는 국민이 학교숲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숲 외에도 전국의 많은 도시에서 도시숲과 소규모 마을숲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것은 정말 아름다운 발전이자 우리사회 모두의 희망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생명력과 희망을 북녘에도 전하기 위해 시작한 "평화의 숲 국민운동"이 탄생된지도 어언 7년이 되었다.
무리한 벌목과 다락밭 조성이 1994년, 95년의 엄청난 폭우와 겹쳐 일으킨 재앙이 오늘날 북녘땅의 황폐화이다. 무려 48억평, 서울시 면적의 24배나 되는 땅에 나무가 없어, 흙과 토사가 흘러내려 모암이 노출되는 등 황폐화가 우리 남쪽의 40년 전보다도 심하다.
그 동안 평양 순안지구와 자강도 희천지구에서 양묘를 한데 이어, 최근 5년간은 금강산 고성지구 양묘장 건설에 집중하며, 신뢰와 경험을 쌓은 결과 올해, 고성군 금천리에서 30여만평에 이르는 밤나무 숲을 남북공동으로 조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늘이 우리를 돕는 듯 비에 촉촉히 젖은 금천리 밤나무 동산의 흙은 유난히 비옥해 보였다. 30여만 평 밤나무 동산 꼭대기에 올라 내려다본 금천리 마을은 그날따라 유난히 평온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신혼부부들이 새 생명의 탄생을 정성스레 소망하듯, 새로 탄생한 금천리 밤나무 동산이 풍성한 밤나무 숲이 되기를, 그리고 잃어버린 우리 모두의 숲이 북녘땅 곳곳에서 부활하기를 가슴속 깊이 기원하였다.
문국현 유한킴벌리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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