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어려운 판결문, 못 고치나 안고치나

입력 2006-04-06 07:47:06

법원은 그 동안 보수적인 색채가 짙었다. 사회규범을 판단하는 최후의 보루인 탓에 변화에 둔감한 편이다. 그것이 한편으로 법원의 권위를 갖게 했지만 또 한편으로 국민들에게 고루하고 다가가기 힘든 것으로 비쳐졌다.

불편한 주차문제에서부터 판사들의 고압적인 말투나 재판진행, 변호사 우선의 소송관행 등 일반 국민들에겐 낯설고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라는 느낌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고루한 게 판결문이다.

판결문을 보고 어떤 깨달음을 얻거나 설득 당하기는커녕 제대로 해독하기도 어려운게 지금까지의 현실이다. 어려운 한자어나 일본식 표기법, 읽다가 숨이 넘어갈 정도로 배배 꼬이는 긴 문장 등이 판결문을 상징하는 언어다.

예컨대 사위(詐僞), 완제일(完濟日), 기왕증(旣往症) 등이 그것이다. 이를 '거짓', '다 갚은 날', '과거의 병력'이라고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 나아가 '위법하다고 아니할 수 없어 파기를 면할 수 없다'처럼 배배 꼬인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상급심으로 올라 갈수록 더하다. 판결문이 오히려 국민들의 이해와 소통을 가로막는 장애물인 셈이다. 이같이 어려운 판결문이 이제 쉬운 우리말과 짧은 문장으로 바뀔 것이라고 한다.

서울중앙지법은 쉬운 판결문을 쓰는 2개의 시범 재판부를 운영해 축적된 성과물을 전 재판부에 전파할 예정이고, 전주지법도 '민사판결의 간이화 및 기록의 슬림화 방안'을 내놓았다고 한다.

전주지법은 쉬운 판결문 뿐 아니라 막대한 분량의 서면을 디스켓으로 제출토록 하고 증거서류를 PDF 형태로 저장하며 이메일이나 인터넷을 통한 송달방식도 활용키로 했다. 이러한 법원의 시도는 사법의 최종 소비자인 국민 곁으로 다가가려는 노력으로 보여 환영한다.

하지만 이것이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법원 내부의 보이지 않는 저항도 있을 것이고 실제로 무엇을 어떻게 고쳐야 할 것인가에 대한 꾸준한 연구도 병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관행적으로 사용되는 용어 등 판결문 전반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와 함께 국어학자 등의 협조를 얻어야 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판결문이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간결하고 명쾌한 모습으로 탈바꿈하길 바란다.

최재경(대구시 동구 산수1동)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