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무려 '157채'
4일 오전 대구 서구 한 주택 밀집가. 오전 내내 비가 내리면서 인적마저 끊겨 을씨년스러움을 더했다. 골목길 안쪽으로 들어가자 사람의 손길을 한동안 타지 않은듯한 한옥 한 채가 눈에 띄었다. 곧 쓰러질 것 같은 집 마당에는 잡초가 무성했고 가재도구들이 여기저기 뒹굴고 있었다.
인근 가게 주인은 "집주인이 2년 전 다른 지방으로 이사 간 뒤부터 방치되고 있다."며 "얼마 전엔 노숙자 풍의 한 남자가 이 집을 기웃거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대구 도심의 슬럼화 및 공동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대구 서구청이 최근 지역의 빈집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모두 157호의 주택이 사람이 살지 않은 채 방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구 총 단독주택 2만 2천320호 중 0.7%에 불과하나 대구 도심 인접 서구에 이처럼 빈집이 많다는데 구청이 놀라고 있다.
구청 조사결과에 따르면 빈집들은 주로 내당2.3동과 비산2.3.4동, 원대동 등 오래전부터 주거지역이 형성, 최근 개념인 도시개발계획이 잘 이뤄지기 힘든 곳에 집중 분포하고 있었다.
구청 관계자들은 오래된 주택들이 무질서하게 들어서 있고, 좁은 골목길이 거미줄처럼 엉켜진 이들 지역은 주택 구매자나 세입자조차 입주를 꺼려 이사 뒤 그대로 놔둘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 분석했다.
또 사업성이 떨어져 최근 부는 재개발·재건축붐 속 이들 사업자들조차 유인할 수 없는데다 땅값마저 예전보다 많이 하락, 손해를 보면서 팔 집주인이 없었던 것도 빈집 발생의 원인이라고 구청 측은 설명했다.
서구 원대동사무소 관계자는 "다른 곳으로 이사뒤 집이 잘 팔리지 않거나 세입자도 구할 수 없어 그대로 놔둔 채 떠난 주민들이 많은데다 10년전 평당 200만 원 하던 땅값이 현재 100만~150만 원으로 급락해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기다리며 집을 방치하는 주민도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은 대구도심의 슬럼화 및 공동화현상이 중구에서 서구로 이전되는 등 점점 확산하는 현상을 보여주는 결과로 분석되는 만큼 대구시내 전체의 빈집 실태조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파악, 대구시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구청 관계자는 "방치된 빈집으로 각종 범죄가 예상되는 등 도시 슬럼화 현상에 따른 도시문제를 고려, 빈집 철거 또는 활용방안을 강구중"이라 밝혔다.
대구대 홍경구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도심슬럼화는 민간에만 맡겨서는 절대 치유할 수 없기 때문에 정비예정지구, 지구단위 계획지구로 선정해 각종 세제혜택과 규제완화 등을 통해 공공적인 개발사업으로 풀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계명대 윤병구 도시공학과 교수는 "미국 뉴욕 경우, 극빈자들이 점점 도심에 몰려들면서 공동화 및 슬럼화가 가속화하게 됐다."며 "개발업자들이 외면하는 서구도 계속 방치하면 슬럼화가 진행되므로 주거환경계획 도입 등 행정기관의 개입으로 주거지로서의 사업성과 경제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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