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인가
주상호
이렇게 비 내리는 밤에
몸 젖은 어둠이
내 창 앞에 찾아와서
비를 맞고 서 있다
흐린 침묵이
엷은 불빛에 흔들린다
누구인가
들뜬 꽃잎처럼 덜컹거리는 창문과
빗소리 사이에 머물러 있는 그대는
뜨거운 가슴 열어 놓고
맨몸으로 돌아서면
밤비는 어둠 타고 떠나고
혼자 남은
누구인가
그는!
봄밤에 내리는 비는 현실적이고 물질적인 세계에 가려 보이지 않던 영혼과 만나게 한다. 모처럼 열린 영혼의 세계에서 문득, '나는 누구인가?', '삶과 죽음의 의미는?'과 같은 궁극적이고 본질적인 화두와 부딪친다. 비 내리는 밤, 비처럼 '몸 젖은 어둠'으로 다가오는 '그(화두)' 앞에 찌든 우리의 철학은 침묵으로 '엷은 불빛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물질로는 채울 수 없는 허전함이 있다. 비 내리는 고즈넉한 봄밤이면 가슴을 허전하게 하는 '혼자 남은/ 누구인가/ 그는!'하는 물음으로 정신을 적셔 볼 일이다. 모든 존재하는 것들의 의미를 생각하며 탐구하는 과정이 인간다운 삶이기 때문이다.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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