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 사진 대신이죠."
#"형편이 어렵다보니 백일 사진도 못 찍어준 것이 늘 마음에 걸렸는데 이렇게 유경이가 공주 옷도 입어보고 예쁜 사진도 찍게 돼 너무 감사합니다."
정석남(73·대구시 서구 비산동) 할머니는 손녀 유경이(7)가 예쁜 드레스를 차려입은 모습에 벌린 입을 다물 줄 몰랐다. 난생 처음 입어보는 드레스와 공주풍 양산을 쓴 유경이도 한껏 신이 났다. "할머니, 친구들한테 자랑할 거예요." 재잘재잘 자랑이 끊이지 않았다.
얼굴에 그늘 한 점 없어보이는 유경이지만 사실은 할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노손(老孫) 가정이다. 유경이가 태어나던 해 아빠가 사업에 실패하면서 가세가 급격하게 기울었다. 급기야 아빠는 병으로 몸져 누워 지금까지 의식이 오락가락하는 상태로 병원에 입원해 있다. 엄마는 멀리 돈 벌러 가신 것으로 알고있다. 전화 한 대 두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형편에 사글세 기한마저 코앞에 다가왔다.
그래도 유경이는 똑똑하고 밝은 아이다. 할머니는 "혈액형이 O형이라서 그런가 보다."며 애써 밝게 웃었다. 유경이가 한글을 깨우친 데는 할머니의 도움이 컸다. 요즘에는 받아쓰기도 할머니와 하고 유경이가 먼저 받아쓰기 연습을 하자며 할머니를 조른다. 그런데 요즘 학교 공부가 옛날과는 달리 왜 그리 어렵고 복잡한지 할머니도 난처할 때가 많다.
텔레비전을 너무 좋아해 걱정이지만 그래도 유경이는 대견할 때가 더 많다. 할머니와 함께 다니는 교회에서 열린 주기도문 외우기 대회에서 상품도 많이 탔다.
정 할머니는 "유경이가 자라서 사진 한 장 찍어주지 않았다고 원망할까 걱정했는데 이젠 그런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며 고마워했다.
최병고 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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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녀에 대한 간단한 사연과 함께 나이, 키, 연락처 등을 써 자녀의 평소 모습을 담은 사진과 함께 보내주세요. 신청자 중 매주 1명씩 선정해 촬영한 사진을 고급액자에 넣어 선물로 드립니다. 연락처:대구시 중구 계산2가 71 매일신문 주말취재팀. 053)251-1589. e메일: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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