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벗어나자...단계별 행동지침
퇴근 후 집에 도착하자마자 책상 위에 주섬주섬 싸들고 온 일거리를 펼친다. 아이들이 졸라대도 바쁘다는 핑계로 내친다. 잠자리에 들어서도 내일 일이 걱정돼 쉽게 잠들지 못한다….
별로 낯설지 않은 풍경이라면 '일 중독증(Workholics)'을 의심해봐야 한다. 일 중독은 모든 행동의 우선 순위를 일하는 것에 두고 일을 하든 하지 않든 일만을 생각하며 일에 집착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증상은 야망이 높고 완벽주의를 추구하며 주변 자극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에게서 흔히 나타난다. 요즘은 주5일 근무제로 인해 오히려 주중의 업무량이 늘어나면서 '떠밀리기 식'으로 일 중독에 빠져드는 경우도 늘었다.
원승희(대구가톨릭대병원 정신과) 교수는 "일 중독 자체는 공식적인 정신과 질환이 아닌 하나의 사회현상"이라며 "성공한 사람들 역시 대부분 일 중독 환자라고 밝히는 등 긍정적인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나 문제는 과로와 스트레스, 거기서 야기되는 각종 스트레스 증후군들이다. 항상 초조하고 긴장된 상태에서 떠밀리듯 일에 몰두하다 보면 신체저항력이 떨어지는 40대 이후 각종 성인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일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명쾌한 방법은 없다. 원승희 교수는 다음 단계에 따라 일 중독을 치료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첫 단계는 자신이 일 중독증이라는 것을 깨닫고 심각성을 인정하는 것. 두 번째는 일에 대한 가치관을 재정립하는 것이다. 일 자체가 삶이 되거나 성공의 지표가 될 경우 일의 노예가 되어 모든 것을 희생하게 된다. 세 번째 단계는 일만큼 여가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후에도 증상이 심각하면 원인과 일 중독증의 후유증에 대한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다음은 일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지침이다.
▷쉴 때는 충분히 쉰다. 무작정 열심히 일한다고 생산성이 높은 것은 아니다.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을 정해놓는 것도 한 방법. 하루 8시간 이상 잠을 자는 것도 충분한 휴식에 도움이 된다.
▷주말계획을 세운다. 주말은 가능하면 일을 하지 않고 가족과 보낸다. 싱글이라면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영화감상, 취미생활을 즐긴다.
▷직장 일은 직장에서 끝내라. 만약 집에서 근무하는 사람이라면 작업 시간을 정해놓고 그 시간을 지킨다.
▷일할 시간과 업무량을 정해야 한다. 먼저 해야 할 일과 덜 급한 일에 대한 작업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라 일을 한다. 집중적으로 계획성 있게 일을 처리한다.
▷규칙적인 운동을 하거나 규칙적으로 참여하는 취미생활을 가진다. 일 중독자는 장시간 앉아서 보내기 때문에 운동이 더 필요하다.
▷충분한 영양을 섭취한다. 일이 바쁘면 음식을 배달시켜서라도 식사를 제때 해야 한다. 때론 간식을 책상 서랍에 보관하는 것도 좋다.
▷남보다 앞서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일을 하기 위해 사는 것은 아니다.
※일 중독 체크리스트
지금 당장 나 자신에게 물어보자. 나는 지금 일의 프로인가? 아니면 일의 포로인가? 다음 10개 문항 중 8개 이상 해당되면 '일 중독'을 의심해봐야 한다.
□퇴근 이후에도 업무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한다.
□일이 많아 휴가를 낸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다.
□아무리 늦게 잠들어도 아침엔 일찍 일어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하면 안절부절못한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경쟁의식이 강하고 일에 승부를 건다고 생각한다.
□주말이나 휴일에도 일을 한다.
□언제 어디서나 일할 준비가 되어 있다.
□식사를 할 때 옆에 서류나 일감을 놓고 보면서 시간을 절약하려고 한다.
□빽빽하게 매일매일 할 일을 리스트로 만들어 놓는다.
□일하는 것을 즐기고 다른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나는 일 중독 몇 기 환자?
독일 신경정신과 의사인 페터 베르거 박사는 일 중독 환자를 다음 세 단계로 나눴다.
▶1기=집에 와서도 일하는 사람.
▶2기=일 중독에 걸렸다고 자각하거나 일부러 취미·봉사활동을 하며 고치려는 상태.
▶3기=주말, 밤이 없이 어떤 일이든 환영하고 건강이 무너질 때까지 일에만 매달리는 경우.
※일 중독자인 난 어떤 스타일?
만약 당신이 일 중독자라면 다음 네가지 유형 중 하나에 속한다. 난 어떤 스타일일까?
1) 병적인 일 중독자=일을 완전하게 할 수 없으면 아예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프로젝트를 시작하기가 어려우나 일단 일을 시작하면 체력이 다 소모될 때까지 일을 하는 습관이 있다. 때로 일을 너무 걱정하는 고통을 겪기도 한다.
2) 무참한 일 중독자=일 마감 일자를 잘 지켜서 항상 늦기 전에 일찍 서둘러 일을 하는 사람이다. 상사나 주위사람이 일을 맡기거나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주어도 좀처럼 거절을 못 한다. 자신을 혹사하면서까지 일을 빨리 하는 스타일.
3) 주의력 결핍 일 중독자=새로운 아이디어가 무성해서 위험부담이 많은 일에 더 매력을 느낀다. 프로젝트는 많이 맡아서 시작하지만 일에 쉽게 싫증을 나타내는 유형이다.
4) 흥미위주 일 중독자=질서정연하게 계속 프로젝트를 맡으려는 성격이다. 극도의 일 완전주의자. 자신의 일 결과에 결코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며, 한 프로젝트가 끝나기가 무섭게 바로 다른 프로젝트를 하려고 든다.
박운석기자 dolbbi@msnet.co.kr
도움·원승희 대구가톨릭대병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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