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찾아 마술쇼 여는 이재규씨

입력 2006-04-01 09:5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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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잘것없는 제 공연 보고 '마음의 병' 고쳤으면 좋겠어요"

"의사선생님은 보이는 병, 마술은 마음의 병을 고친답니다."

31일 오후 대구시 달서구 성당동 소망의원 신장실에는 "이야! 신기하네!"라는 탄성과 함께 박수소리가 가득했다. 이곳에 입원 중인 10여 명의 환자와 그 가족들은 이재규(32) 씨가 펼쳐보인 마술이 신기한 모양. 이 씨가 처음 등장했을 때 시큰둥하던 반응과 달리 신문지를 찢었다가 다시 잇고 각기 다른 끈 셋을 만졌을 뿐인데 하나로 잇다가 풀어지기도 하자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번엔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내더니 순식간에 손에서 사라지게 하고 보여준 카드도 손짓 한 번으로 바꿔 버렸다. 이 씨가 30여 분간 다양한 마술을 선보이자 병실 침대에 누운 관객들은 눈을 떼지 못했고 마무리 인사를 하는 이 씨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환자들의 대환영을 받은 마술사 이 씨. 그러나 그의 진짜 직업은 한 외국계 제약회사(한국아스트라제네카) 영업사원이다. 자신의 거래처인 이 병원 원장이 평소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듣고 환자들에게 위안이 되고 싶다며 청해 이 같은 이벤트를 벌였다.

"환자분들이 즐거워하시니까 저도 기분이 좋네요. 어설픈 솜씨인데 열띤 반응을 보여주시니 쑥스럽습니다."

겸손하게 말을 했지만 이 씨의 공연을 보면 마술경력만 3년을 넘긴 노련함이 돋보인다. 지난 2004년 1월 회사 신년모임에서 장기자랑으로 한 달간 학원을 다니며 배워둔 마술을 선보인 것이 이 씨의 첫 공연이었다. 지금도 틈틈이 인터넷 마술 사이트를 찾고 책을 사다 보며 솜씨를 갈고 닦는다.

"어머니가 동대구역에서 노숙자들을 위한 무료급식에 참여하는 등 예전부터 봉사활동에 열성적이었어요. 저도 그 영향을 받았나 봅니다. 첫 공연에서 용기를 얻은 뒤 이왕이면 혼자 즐기기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면 더 좋겠다는 생각에 복지시설을 찾아다니며 공연을 하게 됐어요."

이날처럼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위해 마술공연을 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대전에서 일할 당시 대전시민회관에서 환자가족들을 초청해 '매직쇼'를 열기도 했고 올해 1월 고향인 대구로 발령받은 뒤부터는 매달 한 번씩 '밀알의 집(대구시 남구 대명동, 경북 칠곡군 가산면 다부동)'을 찾아 장애인들을 위한 공연을 펼친다.

"시간과 공간에 관계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마술의 가장 큰 매력이라는 이 씨. 앞으로도 틈나는 대로 불우이웃을 찾아다니며 공연을 하고 싶단다.

"마술 선생님이 하신 말씀을 항상 가슴에 새겨둡니다. '특기는 혼자 잘하는 것이지만 취미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즐기고 누리는 것'이라고 하셨어요. 사람들 앞에 서면 제 취미는 마술이라고 자신 있게 소개합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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