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괴짜'라고요? 삶의 '비타민'입니다

입력 2006-04-01 08:5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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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직장인 3인방

◇ 튀는 말, 상상력 그리고 예측 불가능한 행동. 조직 내 괴짜들의 특징이다. 동료들은 '어!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지?'라고 생각하지만 괴짜들에겐 일상이다. 동료들은 그들이 내뱉는 말 한마디에, 독특한 행동 하나하나에 아예 까무라친다. 분위기를 '업'시키는 활력소다. 직업별 괴짜 3인을 만나 그들의 기발함 속으로 쏙~빠져봤다.

#괴짜 공무원 박노길씨

화투칠 때 '기리'를 하지 않는다고 해 '노길'이고 피박, 광박, 멍박 등이 없어 '박노(No)'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박노길(53·대구시 공무원교육원) 씨. 우스꽝스러운 소개처럼 그는 원고없이 한두 시간쯤은 수강 공무원들의 배꼽을 잡게 할 정도로 언변이 뛰어나다. 그래서 교육원 근무가 체질이라고 했다.

그는 개성으로 똘똘 뭉친 공무원이다. 남몰래 어려운 이웃을 10년 넘게 보살펴오고 있을 뿐 아니라 매월 하루는 자원봉사 활동을 한다. 대구시청 폐기물관리과에 근무할 당시 직원들의 생일을 모두 알아내 생일 전날 꽃바구니를 전달하는 감동도 혼자만 가진 트레이드 마크. 아내에게도 1년에 세 번 편지를 써서 그동안 어렵게 모은 1만 원 지폐 20장과 함께 핸드백에 넣어 줄 정도로 로맨티스트이기도 하다. 아마추어 시인인 것도 색다른 이력.

아이디어도 출중하다. 1990년에는 '혼인신고제도 개선', '21세기 준비협의회 결성', '통합공과금 제도개선' 등의 제안서를 내 중앙부처 정책결정에 큰 도움을 줬다. 1999년 말에는 일요일마다 대구시 곳곳을 돌며 개선해야 할 사안을 무려 500건이나 제출했다. 제안을 받는 감사실에서조차 "이제 제발 그만 내달라."고 부탁할 정도였다. 그해 그는 시정견문 우수공무원으로 대구시장상을 수상했다.

"제가 괴짜가 아니라 이눈치 저눈치 보며 자신만의 개성을 살리지 못하는 다른 공무원들이 너무 조용한 것 아닙니까?"

▶나만의 괴짜 특성=너무나 인간적이다. 박노길 씨는 '나보다 힘들고 못한 이웃들을 위한 봉사'가 공무원의 사명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10년 넘게 남몰래 홀몸노인, 소녀·소녀가장 등을 돕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는 것조차 부끄러워 할 정도.

# 철인 경찰 김동판씨

프랑스 외인부대 1년 복무. 3.8㎞ 수영,180.2㎞ 사이클, 42.195㎞ 마라톤을 12시간 45분 만에 완주한 철인. 합기도 3단, 택견 3단, 태권도 1단의 종합무술인….

이력에서부터 김동판(37·대구지방경찰청 경찰특공대 2팀장) 경사는 튄다. 그는 세종대 회계학과를 졸업한 후 한때 공인회계사(CPA) 시험을 준비하기도 했다. 하지만 타고난 체력 때문인지 경찰의 길을 걷게 된 그 자신도 "별로 튀고 싶지는 않은데 자꾸 남들 눈에 띄는 편"이라며 미소지었다.

그는 군생활 역시 육군 수색대에서 보냈으며 경찰에 입문해서도 줄곧 기동대나 특공대에 머무르고 있다. 2년 전에는 UN 평화유지군(PKO)에 지원하기도 했지만 안타깝게 떨어지기도 했다. 그는 "기회가 된다면 군대에서도 더 강력한 경험과 도전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수줍은 듯 말하는 그는 170㎝, 60㎏으로 그리 크지않다. 하지만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는 강렬하다. 그런 에너지로 경찰특공대 훈련기간을 2주에서 3주로 늘리고 훈련강도도 높였다. 팀원들이 불평할 만도 하지만 오히려 항상 직접 시범을 보이는 팀장이 더 든든하고 했다.

한편 그는 지난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 전 월드컵경기장에서 테러대비 레펠훈련을 하다 20m 상공에서 떨어져 며칠 병원신세를 지기도 했다.

"어떻게 됐는지 중상이었는데 며칠 쉬고 나니 말끔히 났더라고요."

▶나만의 괴짜 특성=부드러운 감성의 소유자다. 김동판 씨는 강한 이미지의 외모, 경력과 달리 주말이면 아들과 함께 놀이공원이나 야외로 나갈 정도로 가정적이다. 아내와 부딪힐 때도 무조건 항복한다.

# 제안왕 회사원 최정식 씨

" 조금만 다르게 생각하고 남보다 부지런하면 누구든 제안왕이 될 수 있습니다."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로 사내 지식제안 최우수사원으로 선정된 최정식(36·화성산업㈜ 건축팀) 씨. 최씨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까지 모두 60건의 각종 제안을 쏟아냈다. 그 중에서 채택된 20건의 아이디어는 건설현장이나 아파트 공사 등에 활용되고 있다. 단조로운 아파트 벽 그림을 입체감 있고 야경이 들어간 그림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는가 하면 공장 배수로 물고임 현상을 해결하기도 했다.

그의 아이디어는 메모에서 나온다. 관련 정보를 얻을 때마다 활용가능도를 따져 메모를 하고 전문가에게 자문을 해 지식제안으로 완성시킨다.

때론 이런 제안들로 인해 일이 늘었다며 다른 부서나 임원들로부터 질책 아닌 질책을 듣기도 한다. 그러나 그의 제안은 계~속 된다.

이젠 그의 아내도 아이디어 만들기에 동참한다. 아파트의 각종 사후 서비스 문제점이나 주부입장에서 본 사소한 것들까지 제안을 할 정도가 됐다. 하지만 아내의 제안 3건은 아쉽게도 채택되지 않았다.

" 제안왕으로 선정돼 받은 격려금은 정말 쏠쏠했습니다."

▶나만의 괴짜 특성=상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제안왕' 최정식 씨는 불쑥불쑥 부장에게 "이건 아닙니다."라고 말한다. 회의석상에서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과감하게 말하는 편. 부서끼리 부딪칠 때도 담당 부서를 찾아가 곧이곧대로 이야기한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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