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의 덫'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파산부 사무실에는 개인파산 신청자들의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인근 변호사, 법무사 사무실에는 개인파산에 대해 상담하려는 채무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아예 '개인파산, 개인회생 상담'이란 간판을 단 법무사무실들도 많았다.
지난 23일 법원 건너편의 한 변호사 사무실. 남편과 사별한 김모(37'대구시 북구 동천동) 씨는 아침, 저녁에 신문과 우유배달, 낮에는 대형소매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두 아이를 키운다고 한다. 하지만 혼자 사는 친정 어머니가 암에 걸려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현재 3천여 만원의 빚을 지게 됐다는 것. 김 씨는 전세비까지 병원비로 날리면서 더 이상 빚을 감당하지 못해 변호사를 찾게 됐다고 한다.
개인파산을 신청하는 사람들이 제도 도입(2000년) 이후 6년 만에 100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전국법원에 접수된 개인파산 신청건수는 3만8천 773건으로 2004년 1만2천317건에 비해 무려 3배 이상 늘었다. 개인파산제도가 처음 도입된 2000년에는 329건에 불과했으나 2001년 672건, 2002년 1천335건, 2003년 3천856건으로 해마다 2배정도 늘었다.
대구지법에는 올해 들어 한 달 평균 개인파산 신청 건수가 500여 건에 이른다. 송규호 대구지법 파산부 참여계장은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월 평균 신청건수가 200~300건이었는데 언론을 통해 제도가 홍보되면서 신청건수가 2배 이상 늘었다"며 "변호사, 법무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신청서를 가져가려는 사람들도 한 달에 10~20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개인파산 신청은 더 늘어날 것 같다. 특히 정부가 추산하는 채무불이행자(과거 신용불량자)가 400만 명을 넘어섰고, 청년실업률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도 개인파산 급증의 원인으로 꼽힌다.
법원이 파산선고 이후 빚을 탕감해 주는 면책결정을 내리는 비율도 크게 높아졌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 따르면 면책비율은 지난 2000년 50.7%, 2002년 87.2%, 2004년 98.7%, 2005년 99.5%를 기록했다. 김현익 변호사는 "면책율이 높아진 것은 사회경제적 필요성에 의해 법원이 면책결정에 적극적이면서 동시에 면책결정이 어려운 파산신청의 경우 사전에 취하를 권유하고 있기 때문"이라 말했다. (2006년 3월 30일자 라이프매일)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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