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1억원의 행방은?"
지난 해 1월 16일 1억1천200만원어치의 자기앞수표를 갖고 있다 심장마비로 갑자기 숨진 정모(40)씨.(본지 3월 29일자 보도).
정 씨가 숨진 후 깜쪽같이 사라진 돈의 행방이 마침내 30일 밝혀졌다. 이 수표를 은행에서 환전한 혐의로 29일 구속된 박모(29) 씨가 사건발생 1년 2개월만에 진실을 털어놨기 때문.
다음은 박씨 증언과 경찰 조사를 토대로 구성한 1년 2개월 전의 상황.
대구 달서구 상인동 자택에서 숨진 정 씨 곁을 마지막까지 지킨 사람은 함께 지내던 김모(42·여) 씨. 평소 정 씨가 수표를 가지고 다닌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김 씨는 병원 응급실에서 정 씨 안주머니를 뒤져 수표 전부를 꺼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김 씨는 전 남편(55)과 딸(22)을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김 씨는 가정이 있으면서도 가출해 정 씨와 살림을 차렸던 것. 세사람은 어떻게 돈을 찾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남편 친구 곽모 씨까지 가세했다. 네 사람 가운데 딸이 의견이 가장 좋았다. 자신의 단골 술집 사장에게 수표 환전을 부탁하자는 것. 네 사람은 정씨가 숨진 바로 다음날 술집 사장 권모(28) 씨를 찾아가 '수수료' 4천만 원을 제안하며 은행에서 돈을 환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권씨 입장에서는 당연히 OK. 실제 은행 환전은 당시 권씨 가게 종업원으로 29일 구속된 박씨가 맡았다.
그렇게 찾은 1억 1천200만원은 바로 이 여섯사람이 나눠 가졌다. 김씨 가족은 6천900만원, 술집사장은 3천900만원, 김씨 남편 친구가 300만원, 종업원 박씨가 심부름값 100만원을 각각 차지한 것.
이 돈의 원래 주인공은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정씨 동생(35세)이었다. 동생의 분노로 마가 끼었을까. 여섯사람이 나눠가진 보험금은 하나같이 금방 바닥났다.
술집 사장 권씨는 술집 인테리어에 3천900만원 전부를 쏟아부었고, 김씨 가족까지 꾀어 6천만원이나 투자 받았다. 하지만 도무지 장사가 되지 않았다. 결국 부도. 지난달부터 운영을 중단한 술집은 현재 단수중.
가장 적은 돈을 차지한 종업원 박씨는 가장 큰 '피해자'가 됐다. 겨우 100만원을 받았지만 경찰 수사망에 걸려든 유일한 장본인으로 결국 구속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김씨 딸과 남편을 제외한 전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처음부터 모든 걸 털어놨더라면 좋았을 텐테..." 1년 2개월만에 사건의 전모를 밝혀낸 경찰은 "한편의 드라마를 구성하는 느낌이었다"며 "이제서야 진실을 밝힌 박씨가 제일 안됐다"고 혀를 찼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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