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대구시태권도협회의 내홍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태권도협회의 파행 운영은 김영곤 회장 측과 그를 회장으로 추대한 후 반대하는 세력,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대구시체육회의 무능이 어우러져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29일 열린 임시대의원총회를 비롯, 태권도협회 임원들의 회의 모습은 욕설을 앞세운 고성이 판을 쳐 이들이 예절을 강조하는 '국기' 태권도인들인지 의심스럽다. 세력 다툼에서의 줄서기도 볼썽 사납기만 하다.
사태의 발단은 이사, 대의원의 절대 다수가 김회장을 영입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일부 대의원이 김회장 영입을 반대하자 대의원총회에서 표결 끝에 김 회장을 영입했다. 그러나 서울에 거주하는 김 회장이 '얼굴 마담'에 그쳐주길 바라는 이사들의 희망과는 다르게 '실세 회장'으로 나서려 하자 추대했던 이들이 제동을 걸며 서로 날을 세우게 됐다. 김회장은 대구태권도협회 전무이사를 역임하기도 해 기금만 출연하는 것이 아니라 협회 행정에도 의욕을 보여왔다. 이후 김회장 반대파가 된 이들은 그가 선임하려는 전무이사에 무조건 반대했다. 29일 총회에서 이들은 자신들이 뽑은 회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내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모습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김 회장의 독선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 김 회장은 추대 세력들이 "나를 허수아비로 여기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그 정점에 선 전 사무국장을 해임하는 한편 오히려 자신을 반대했던 세력들을 결집, 협회를 파행으로 몰고 갔다. 특히 친선 교류차 중국을 다녀 온 협회 임원들을 중징계, 싸움에 불을 지폈다. 사무국장 해임과 임원 징계 문제는 지리한 법정 다툼으로 이어져 답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 됐다.
대구시체육회의 처신도 비난받고 있다. 시체육회는 가맹단체 중 자생력이 있는 태권도협회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고 첨예하게 맞선 양측의 각종 질의에 상위 기관의 입장에서 답변을 보내 싸움에 부채질을 했다. 이 과정에서 시체육회는 조정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태권도협회를 관리단체로 지정하는데 대해 업무량이 많다는 이유로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특히 일부 직원들은 특정 세력 편에 서 있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일선의 태권도 관장들과 다른 경기인들은 이를 지켜보면서 태권도협회 임원들이 자신들의 얼굴에 먹칠하는 행동을 그만두고 협회 정상화에 나서야 하며 대구시체육회도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길 바라고 있다.
김교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