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혁신도시 이어 '교통체험센터' 유치전

입력 2006-03-29 09:53:52

상주 청리면 마공리 김용현(76) 할아버지는 마을 앞 청리산업단지 부지만 보면 울화통이 치밀어 오른다. 바깥나들이라도 하고 돌아오는 길이면 속이 더 상한다.

꼭 10년전이었던 1996년. 이 곳에서는 전동차 시험·검사장을 만든다며 국내 굴지의 기업과 상주시가 대대적으로 기공식을 가졌다. 갈수록 줄어드는 인구와 이농때문에 지역을 걱정하던 주민들도 문전옥답을 선뜻 내놓았다.

하지만 지금 이 곳은 잡초더미만 무성한 허허벌판으로 방치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혁신도시 후보지로 선정되면서 다시 기대감에 들뜨기도 했지만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천정부지로 땅값이 올라버리면서 농지 거래는 뚝 끊기고 농민들의 가슴에는 시퍼런 멍과 생채기만 가득하다.

"이렇게 조성이 끝난 곳이 왜 내버려져있는 지 모르겠다"는 김 할아버지는 "살아 생전에 번듯한 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볼 수 있을 지 걱정"이라며 먼 산만 바라보았다.

■혁신도시에 이은 공공기관 유치 2차전

이같은 지역민들의 간절한 염원과 함께 상주시도 혁신도시 유치 실패 이후 사그라들고 있는 지역개발에 대한 희망의 불씨를 교통안전운전체험연구센터 유치로 되살리려 안간힘이다.

교통안전공단의 '교통안전운전체험연구센터' 유치전에 뛰어든 지방자치단체는 모두 9곳. 경기 화성군과 경북 상주·영천·영주·예천·문경·안동·김천·경주 등이다.

이들 지자체들은 대부분 혁신도시 입지 후보지였던 곳을 체험센터 유치 희망지로 내세우고 있어 또 한차례 출혈경쟁을 통한 지역간 갈등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교통안전공단은 두차례에 걸쳐 유치신청 지역을 방문하고 지난 1월 입지선정을 위한 용역을 발주했다.

당초 3월 말쯤 용역이 마무리될 예정이었으나 국회가 교통안전교육 의무화를 제도화하는 법률(안)을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킬 예정이어서 법 제정 이후로 사업추진은 보류된 상태다.

상주시는 혁신도시 유치전에서 김천에 이어 2위로 아깝게 탈락하면서 지역발전을 위한 돌파구를 이 연구센터 유치에 걸고 있다. 상주시 김용묵 혁신분권담당은 "청리단지는 이미 혁신도시 선정 과정에서 입지 타당성이 검증된 곳"이라며 "연구센터 건립부지 10여만 평의 장기 무상임대를 위해서 이미 100억 원의 예산을 확보해두고 있다"고 말했다.

상주시는 청리단지가 이미 기반시설 조성이 마무리된 상태여서 환경영향평가와 설계 및 인허가, 부지매입과 문화재 지표조사, 기반조성공사 등에 소요되는 4년 이상의 공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게다가 단지 내에 2만4천여 가구 10여만 명이 이용할 수 있는 154kV 변전소가 설치되고 있고 상수도시설과 진입도로 등 기초기반시설이 완료돼 있어 타 지역 후보지들보다 개발 용이성에서 단연 앞서고 있다는 것.

특히 오는 7월 철도기관사 교육 등의 업무도 교통안전공단으로 이관돼 청리공단에 설치된 전동차 시험선로와 전동차 검사장관리동을 활용할 수 있어 별도의 추가 시설이 필요없을 것이란 강점도 있다.

상주시 강용철 행정지원국장은 "청리공단은 교통안전공단이 들어설 김천 혁신도시와 인접해 있고 중부내륙고속도로와 상주~청원 고속도 등 교통접근성이 뛰어나다"며 "지역민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을 일소하고 성장거점 마련을 위해서 유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4월 국회, 교통안전교육 법제화

'교통안전운전체험연구센터' 설치사업은 지난해 몇몇 국회의원들이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사업용 자동차 운전자들의 안전운전 교육을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교통안전법 입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국책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4월 임시국회에서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기획예산처 승인사업으로 10여만평의 부지에다 200억 원을 들여 오는 2008년까지 체험연구센터를 완공할 계획이다. 이 연구센터에는 위험회피코스 등 7종류의 실기체험장과 실내체험장, 교통안전연구원 등 시설이 들어서게 되며 50여명의 직원들이 상시 근무하면서 연간 2만여명의 운전자들을 교육하게 된다.

일본의 경우 1990년 이바라기현 히타치나카시에 100ha 규모의 부지에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등 각종 연수코스를 설치한 '안전운전 중앙연수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연간 1만6천여명의 운전자가 교육을 받고 있다. 특이 이 곳에서는 전국 오토바이경찰 안전운전 경기대회, 전국 트럭운전 콘테스트, 각종 모터사이클 스포츠대회 등의 이벤트로 교통안전 시설 중심시설의 역할을 맡고 있다.

국내에서도 오는 2008년 완공될 교통안전운전체험연구센터가 국내 첫 사업인 만큼 유치지역이 '교통안전문화'의 메카로 급부상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울러 학생들의 수학여행과 견학장 등 연간 수만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돼 해마다 50여억 원의 수익이 창출되고 교통안전공단 부설 기관 이전에 따른 건설 경기 활성화로 고용창출 등 경제적 파급효과도 수십억 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게다가 연구센터가 들어서게 될 경우 임직원 복지관과 200여만 평 규모의 국제자동차경주장, 자동차주행시험장, 드라이빙스쿨 등 시설이 추가로 건립될 것으로 보여 유치 효과가 극대화될 전망이다.

교통안전공단 경영혁신팀 관계자는 "앞으로 교육수요와 경영분석 등 연구센터 운영에 따른 세부 검토와 용역결과를 토대로 5월쯤 부지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주·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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