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많은 사람들이 예습을 강조하고 있지만 예습이 어느 정도로 어떻게 효과가 있는지를 잘 모르기 때문에 아직도 예습을 생활화하지 못하고 있는 고3 재학생입니다. 평소 예습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예습이 왜 바람직한지를 확신할 수 있어야 예습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몇몇 선생님께서 빡빡이 숙제를 내어 주시는데 정말로 힘이 듭니다. 배운 내용을 암기할 때 연습장에 적지 않으면 안 되는지도 알고 싶습니다. 좋은 암기 방법이 있으면 좀 소개해 주십시오.
답: 해마다 수능시험을 치고 나면 3년 내내 내신 성적은 우수한데 수능 성적이 내신에 비례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왜 그럴까요? 내신성적은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그대로 혹은 약간만 응용하여 다시 묻는 문제가 많습니다. 따라서 배운 것을 기계적으로 열심히 암기하면 어느 정도까지는 학습량에 비례하여 좋은 점수가 나옵니다. 복습 위주의 학습이 상당히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수능시험에는 지식 그 자체보다는 종합적인 이해력, 추론 능력, 상상력, 응용력, 주어진 자료의 분석과 결론 도출 능력 등과 같은 고차원적인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복습 위주의 학습으로는 결코 고득점을 할 수 없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수능시험에서는 예습 위주의 학습이 훨씬 생산적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예습이란 내일 공부할 내용과 문제의 답을 혼자 힘으로 미리 알아야 하는 힘겨운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습에 대한 이런 잘못된 생각 때문에 예습하기가 힘이 들고 두려운 것입니다. 예습이란 공부할 내용과 답을 미리 아는 과정이 아니고, 학습할 내용을 미리 읽어보고 자신이 잘 모르는 부분에 밑줄을 치는 작업, 다시 말해 배울 내용에 대해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입니다.
학습할 내용에 대해 문제 제기가 된 상태에서 수업을 들으면 그렇지 못한 경우보다 집중력과 이해도가 훨씬 높아집니다. 선생님께 질문하고 토론할 기회도 많아질 것입니다. 또한 미리 고민했기 때문에 그 내용을 더욱 오래 기억할 수 있습니다. 예습을 통하여 문제 해결 방법을 먼저 생각해 보는 습관을 길러 보십시오. 새로운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능력과 낯설고 새로운 것에 대해 위축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감이 생기게 될 것입니다. 예습은 지적 호기심과 창의력도 길러 줄 것입니다.
아직 학기 초반입니다. 예습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은 과목당 5분씩만 투자하십시오. 30분 정도면 내일 배울 전 과목 내용을 미리 읽어볼 수 있습니다. 반드시 예습을 하고 나서 수업 에 집중하여 개념과 원리의 이해에 중점을 둔다면 암기는 훨씬 쉬워지고 복습 시간도 단축됩니다. 6개월만 내일 공부할 내용을 미리 한 번 읽어보고 모르는 부분에 밑줄을 쳐서 수업에 참여해 보십시오. 기적과 같은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서점에 나가보면 효율적인 학습 방법에 관한 책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그런데 내용을 살펴보면 저자마다 제시하는 방법이 다 다릅니다. 어떤 경우든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 학습법이 있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빡빡이 숙제도 이런 관점에서 그 효율성과 생산성을 생각해야 합니다.
수학이나 물리는 애써 적어가며 암기하지 않아도 기본 개념이나 원리를 이해하면 공부한 내용을 비교적 오래 기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영어 단어나 기타 단편적인 정보는 여러 차례 반복해서 암기해야 기억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에는 암기의 과정에서 대부분 사람들이 학습 내용을 연습장에 여러 번 적어보는 방법을 선호했습니다. 그러나 요즈음은 많은 학생들이 그냥 반복해서 읽거나 한두 번 가볍게 적어보는 방식을 택합니다. 어느 쪽이 더 효율적이라고는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빡빡이 숙제의 고통을 호소하며 바람직한 해결책을 묻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도 상담자가 이 문제를 선뜻 다루지 않은 이유는 자칫하면 학교 선생님의 지도 방침을 학생들이 거부하는 명분과 논거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상담자는 학생의 질문을 핑계 삼아 배우고 가르치는 사람 모두가 이 문제를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 보자고 제의합니다. 연습장에 적어가며 공부하는 것이 사람에 따라서는 탁월한 학습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방식이 모두에게 같은 효력을 발휘하는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습니다. 불만을 토로하는 대부분 학생들에게 있어서 문제의 핵심은 다른데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합니다. 빡빡이 숙제를 거부하는 심리 근저에는 아는 내용인데도 몇 장씩 강제로 적어내야 하는데 대한 짜증과 다른 과목을 고려하지 않은 어떤 특정 과목 선생님의 무리한 요구에 대한 불만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학생과 학부모님은 선생님의 지도 방침과 교육적 열의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선생님은 학생의 개인차와 다른 과목에 대한 배려를 염두에 둔다면 바람직한 해법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윤일현(송원학원진학지도실장 ihn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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