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80년대엔 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 90~2000년대에는 은행나무와 느티나무."
콘크리트 생활에 찌든 시민들에게 시원스런 경관을 통해 삶의 여유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공기 정화, 도시기후 완화 등 그 역할이 적지 않은 가로수. 대대적인 가로수심기 덕분에 전국적으로 '푸른 도시'란 명성을 얻고 있는 대구의 가로수들은 시대에 따라 변신을 거듭해오고 있다. 시민들의 '친근한 벗'으로 자리잡은 대구 가로수의 이모저모를 들여다봤다.
△"가로수, 한해 사업비만도 24억 원."
현재 대구의 가로수는 은행나무 등 37종에 모두 16만6천20그루. 은행나무가 4만2천120그루(25%)로 가장 많으며 양버즘나무 3만6천425그루(22%), 느티나무 3만3천270그루(20%), 왕벚나무 1만6천572그루(10%), 중국단풍 7천986그루(5%), 이팝나무 5천699그루(3%), 배롱나무 4천997그루(3%) 순으로 심겨 있다.
대구시가 가로수를 새로 심고, 가지치기 등 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만도 한 해 24억여 원에 이를 정도다.
△170여 그루→16만6천20그루.
대구에서 가로수심기 사업이 처음 시작된 1960년대에 심긴 나무는 '고작'170여 그루. 종류는 3종류에 불과했다. 녹음이 좋다는 이유로 양버즘나무가 전체의 79%인 134그루나 식재됐으며 왕벚나무 23그루, 느티나무 13그루가 심겼다.
40여 년만에 가로수의 종류는 3종류에서 37종류로, 그 수는 무려 970여배나 늘어난 셈이다.
70년대부터는 가로수심기가 본격화돼 1만3천509그루가 식재됐다. 역시 양버즘나무가 전체의 46%를 차지했으며 은행나무 23%, 느티나무 8%, 개잎갈나무(히말라야시더) 4%, 목백합 3%, 중국단풍 3% 씩이었다.
이 무렵에 동대구로 중앙분리대에 개잎갈나무가 심겨 대구의 명물로 자리잡았다.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대구를 찾을 때면 동대구로를 자주 지났는데 박 대통령이 좋아하는 나무인 히말라야시더를 가로수로 심었다는 얘기도 떠돌았다. 대구 MBC네거리~화랑교, 앞산네거리~현충삼거리엔 왕벚나무가 식재돼 봄이면 벚꽃 물결을 이루게 됐다.
양버즘나무의 위세는 80년대에도 계속 이어졌다. 식재 가로수 3만1천17그루 중 양버즘나무가 48%(1만4천894그루)를 점유한 것. 그 뒤를 은행나무 30%, 느티나무 7%, 왕벚나무 3%, 개잎갈나무 2%, 중국단풍 2% 등이 차지했다.
이 시기에 달성공단과 안심로에 양버즘나무, 대구 MBC네거리~두산오거리, 공산터널~백안삼거리~도학교 등에는 은행나무, 두류공원로(7호광장~두류공원네거리)에는 왕벚나무, 달서구 구마로와 당산로에는 개입갈나무, 파군재삼거리~공산댐에는 자엽자두가 각각 식재됐다.
△가로수 도시로 '변신'.
90년대엔 식재된 가로수가 7만684그루에 이르는 등 대구에 가로수심기 열풍이 대대적으로 불었다. 수종에서도 양버즘나무 대신 은행나무와 느티나무가 가로수로 크게 각광받았다. 은행나무가 전체 가로수 중 26%인 1만8천508그루, 느티나무가 24%인 1만6천823그루가 식재된 반면 가로수의 대명사였던 양버즘나무는 20%(1만4천264그루)로 점유율이 뚝 떨어졌다. 양버즘나무 경우 녹음이 너무 짙어 인근 가게의 간판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은데다 열매에서 나오는 가루로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많았던 때문이다.
푸른대구가꾸기(96년부터)가 펼쳐져 거수목 식재와 그늘이 많은 나무, 꽃이피는 화목류가 많이 심긴 것도 이 시기의 특징으로 꼽히고 있다. 개입갈나무가 가로수 수종에서 거의 사라지고 이팝나무, 배롱나무가 가로수로 심긴 것도 이 무렵부터였다.
대구에서 많이 볼 수 있으며, 쌀알 같은 흰 꽃이 모여 뭉게구름처럼 피어나는 이팝나무를 문희갑 당시 대구시장이 좋아해 가로수로 많이 심었다는 얘기도 나왔다. 70~80년대만 해도 가로수에 관심을 보이지 않던 시민들이 90년대 들어서는 삶이 여유로워지면서 수종 등에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2000년 이후에는 수종이 더욱 다양해졌다. 느티나무, 은행나무, 왕벚나무 외에 배롱나무, 중국단풍, 산벚나무, 산수유, 단풍나무, 회화나무 등 5만640그루가 식재됐다. 배롱나무와 단풍나무, 왕벚나무가 달성군 전역에 심긴 것을 비롯해 산벚나무는 칠곡3지구, 산수유는 유가 휴양림 진입로, 회화나무는 동구 동호지구에 각각 심겼다. 월드컵로 주변 등에는 느티나무가 많이 심겼고, 택지개발지구 등에는 피나무(52그루), 노르웨이단풍(473그루) 등의 수종과 은목서(44그루) 등의 방향성 수종을 식재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대기정화 효과 '탁월'.
우리나라에서는 정조 3년(1779년) 예조로 하여금 능원(陵園) 주변의 소나무 등의 수목의 벌채를 금한 내용이 실록에 기록돼 있는 것으로 볼 때 묘소 주위나 길가의 노거수가 가로수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문서를 통해 나타나는 내용으로는 지금으로부터 111년 전인 고종 2년(1895년) 내무아문에서 각 도의 도로 좌우에 수목을 식재하도록 한 것이 최초라 할 수 있다는 것.
정부수립 이후 가로수의 조성·관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가로수를 도로 부속물의 하나로 정의하는 도로법이 제정(1961년)되면서부터다.
가로수의 기능과 역할은 말그대로 무궁무진하다. 대기정화 경우 느티나무 1그루가 쾌청한 날씨에서 1시간당 1천680g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함과 동시에 1천260g의 산소를 생산한다는 것. 하루에 8시간 광합성 작용을 할 경우 연간(5~10월) 이산화탄소 2.5t을 흡수함과 동시에 1.8t의 산소를 방출한다. 이는 7명의 연간 필요산소량에 해당되는 수치다.
또 수목이 없는 도로에서는 공기 1ℓ 중 1만~1만2천 개의 분진이 있으나 수목이 있을 경우 분진의 양은 1천~3천 개로 크게 감소한다. 또 나무 줄기 아래의 지표강진량(분진이 떨어지는 양)은 다른 장소보다 20% 이상 줄어든다는 것. 여름철 대구 도심의 기온이 떨어진 것도 가로수가 크게 늘어난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미래의 가로수 모습은?
가로수의 변신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단적인 사례가 동대구로의 히말라야시더. 대구시는 동구 파티마 삼거리~범어네거리 2.7㎞구간에 심긴 히말라야시더 380그루를 뽑아내고 범어네거리~두산오거리의 중앙분리대공원처럼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히말라야시더가 태풍 등 자연재해에 약한 점과 도심 환경과의 부조화, 해마다 몇 그루씩 고사하는 이유 등으로 정비가 불가피하다는 게 대구시의 설명.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사업비 60억~80억 원을 들여 연차적으로 수종을 개체할 계획이다.
가로수의 수종도 더욱 다양해진다. 강점문 대구시 녹지과장은 "가로수의 수량과 종류, 관리상태 등에서 대구는 전국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대왕참나무, 염주나무, 서양느릅나무 등 수종을 더욱 다양화하는 한편 제대로 된 가로수거리를 만들어 가로수가 대구를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