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섭, 한국선수 '무덤' 보스턴서 새 출발

입력 2006-03-25 09:58:50

'위기는 또 다른 기회' 메이저리그 '명문가(家)인 보스턴 레드삭스에 새 둥지를 튼 '빅초이' 최희섭(27) 의 새로운 야구 인생이 성공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002년 시카고 컵스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에 입문했던 최희섭이 자신의 4 번째 팀인 보스턴으로 오기까지 여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빅리그 2년차였던 2003년 당시 컵스 사령탑이던 더스티 베이커 감독이 '플래툰시스템'(상대 투수에 따라 좌타자와 우타자를 번갈아 기용하는 것)을 적용하는 바람에 베테랑 에릭 캐로스의 벽에 막혔다.

좌타자 최희섭은 2004년 11월 플로리다 말린스로 트레이드되고도 오른손 타자윌 코데로와 제프 코나인, 데이먼 이즐리 등과 경쟁해 붙박이로 나서지 못했다.

급기야 2004년 7월 전격 트레이드로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으나 지난 해도 들쭉날쭉한 출장으로 타율 0.253, 15홈런, 42타점에 그친 뒤 스토브리그 기간 영입된거물급 내야수 노마 가르시아파라에게 밀려 보스턴으로 옮기는 아픔을 맛봤다.

다저스에 남았다면 가르시아파라의 1루 백업 요원 겸 왼손 대타 전문으로 벤치신세를 면하지 못했겠지만 새 둥지 보스턴의 여건도 만만하지는 않다.

뉴욕 양키스와 쌍벽을 이루는 보스턴은 1901년 창단 후 5차례나 월드시리즈에서우승하고 1920년 홈런왕 베이브 루스를 양키스에 트레이드한 뒤 '밤비노 저주'에 시달리며 정상에 오르지 못하다 2004년 무려 86년 만에 월드시리즈를 제패했다.

그러나 한국 선수들과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조진호와 이상훈, 송승준(캔자스시티), 안병학(시카고 화이트삭스), 김병현, 김선우(이상 콜로라도) 등 한국인 선수들이 거쳐갔음에도 어느 누구도 확실하게 뿌리내리지 못하고 쓸쓸하게 보스턴을 떠나야 했던 것.

보스턴 유니폼을 입은 최희섭의 험난한 가시밭길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1루에는 베테랑 좌타자 JT 스노(38)와 3루에서 전향한 오른손 타자 케빈 유킬리스(27)가 버티고 있어 경쟁을 뚫기가 쉽지 않다.

지난 1992년 뉴욕 양키스로 빅리그에 데뷔한 스노는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117경기에 출장, 4홈런 등 타율 0.275, 40타점에 머물렀으나 1997년에는 2 8홈런 등 타율 0.281, 104타점을 올렸던 강타자 출신.

최희섭도 지난 해 미네소타 트윈스와 3연전 때 무려 6개의 홈런을 쏘아 올리는괴력을 뽐내며 15개의 홈런을 기록했음에도 당장 스노를 넘기는 힘들어 보인다.

또 유킬리스는 지난해 44경기에서 1홈런 등 타율 0.278, 9타점에 그쳤지만 오른손 타자여서 플래툰시스템이 적용되면 자리를 다퉈야 할 경쟁 대상이다.

또 내셔널리그 팀에만 머물렀던 최희섭은 아메리칸리그의 '지명타자제'가 낯설고 데이비드 오티스(31)가 자리를 꿰차고 있어 도전이 힙겹다.

스프링캠프를 불과 1주일 밖에 남지 않아 최희섭의 입지는 넓지 않아 보인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참가 후 병역 특례 혜택으로 홀가분해진 최희섭이 남은 스프링캠프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며 25인 로스터에 들어 정규리그 개막전에 출장할 지 아니면 마이너리그 트리플A 포투켓 레드삭스에서 시즌을 시작할 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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