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 새댁서 첫 여성총리 후보된 한명숙 의원

입력 2006-03-24 14:01:02

결혼 6개월만에 남편을 감옥으로 빼앗겼던 운동권 새댁이 40년후 첫 여성총리 등극을 눈 앞에 두게 됐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4일 총리로 지명한 열린우리당 한명숙(韓明淑) 총리후보자는 재야 여성운동가 출신으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두차례 장관직을지낸 재선의원이다.

한 지명자가 국회 인준을 통과할 경우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사상 첫여성총리로 기록된다. 평양에서 태어나 부모님과 함께 월남한 한 지명자는 1963년 이화여대 불문과에입학할 당시에는 스스로의 표현대로 '아름다운 생을 노래하는 작가가 되고픈 문학소녀'였다.

그러나 당시 서울대에 재학중이었던 박성준(朴聖焌) 성공회대 교수와 4년간의열애 끝에 결혼하면서 한 지명자의 인생은 급변한다. 남편인 박 교수가 결혼 6개월여만인 1968년 통혁당 사건으로 구속됐고, 한 지명자도 본격적으로 민주화 운동에투신한 것.

한 지명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내가 기꺼이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 것을 결심한것은 남편의 열정적인 가르침에 힘입은 것"이라고 회고한 적이 있다.

당시 이화여대 사감이었던 한 지명자는 1970년 학생들의 시위를 지원한 것이 문제가 되자 직장을 그만두고 '크리스챤 아카데미' 활동을 시작했다. '크리스챤 아카데미'는 70년대 초반 한국 사회구조의 병폐를 '양극화'로 진단한강원룡 목사가 주도한 단체였다.

한 지명자는 당시 소외여성에 대한 교육을 담당하는 여성사회간사로 활동했지만, 1979년 다른 간사들과 함께 체제 비판적인 각종 이념서적을 학습하고 반포한 혐의로구속됐다. 이 사건에는 한 지명자뿐 아니라 신인령(辛仁羚) 이화여대 총장, 이우재( 李佑宰) 전 의원, 김세균(金世均) 서울대 교수도 연루됐었다.

2년간 옥고를 치르고 풀려난 한 지명자는 진보적 여성운동의 조직화를 목표로이화여대 여성학과 대학원에 진학했고, 1987년에는 전국 20여개 여성단체를 한데 묶은 '한국여성단체연합'을 결성하는데 성공했다.

한 지명자에 대해 "부드러운 성품이면서도 내공이 있어 웬만큼 힘든 것은 모두극복할 수 있는 인물"이라며 총리로서의 업무수행 능력에 좋은 점수를 주는 것도 한지명자가 걸어온 길을 감안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한 지명자는 한국여성단체 연합을 통해 가족법, 남녀고용평등법, 성폭력처벌법등 여성권익 보호를 위한 법률 제정에 앞장섰다.

1993년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로 선출되면서 여성운동의 대모자리를 굳힌한 지명자는 지난 1999년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이 창당한 민주당 비례대표로 ' 제도권' 정치에 입문했다.

2001년에는 여성부 초대장관으로 자리를 옮긴 한 지명자는 여성근로자의 출산휴가기간을 30일 연장하고, 출산휴가 급여를 신설하는 내용의 모성보호법 개정의 산파역을 맡아 여성권익 신장을 위한 법적.제도적 초석을 마련하기도 했다. 참여정부 출범 직후 환경부 장관으로 임명된 한 지명자는 17대 총선 직전 장관직을 사퇴한 뒤 우리당에 입당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고, 지역구(고양 일산갑)에서 한나라당의 거물 정치인인 홍사덕(洪思德) 전 의원을 꺾고 재선에 성공했다.

한 지명자는 17대 국회에 등원한 직후 총리후보로 유력하게 부상하기도 했지만, 당시에는 참여정부 국정 2기를 이끌고 나갈 '돌파력'이 새로운 총리 기준으로 제시되면서 이해찬(李海瓚) 전 총리에게 막판 '역전'을 허용한 바 있다.

한 지명자는 4.2 전당대회에 출마해 실용주의를 주장한 반면,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공동발의하고, 과거사법에 대해서는 찬성당론을 따르지 않고 기권하는 등 재야성향을 곳곳에서 드러내기도 했다.

당내 양대계파를 이끄는 정동영(鄭東泳) 의장과 김근태(金槿泰) 고문을 비롯해이해찬(李海瓚) 전 총리, 유시민(柳時敏) 복지부장관과 두루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만큼 부드럽고 세밀한 리더십이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자기 색깔이없다"는 지적도 있다.

남편 박성준(65) 교수와의 사이에 1남.

▲평양(62) ▲이화여대 여성학과 대학원 석사 ▲일본 오차노미즈대 박사과정 수료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16대.17대 의원 ▲여성부장관 ▲환경부장관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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