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묻던가요?" "커닝마세요!"…후보면접 '신경전'

입력 2006-03-24 09:57:36

23일 국회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실에서 열린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공천신청자 면담에서 후보자들은 중앙당 공천심사위원장과의 공식 첫 대면에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첫 인상이 좋아야 한다'는 생각에선지 정성껏 마련한 자기소개서를 보고 또 보며 순서를 기다렸다. 현역 국회의원이라거나 다선의 기초단체장을 지냈다는 면모 등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장내에서=면접을 마친 후보자들은 한 목소리로 "나만의 강점을 내세우는 데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대구시장 후보들인 김범일 예비후보는 "30여 년의 행정 경험이 있으면서도 50대 중반"이라며 젊음을 강조했고, 서상기 국회의원은 달성 서씨임을 강조하며 "대구에서 태어나 대구에 묻힐 대구 토박이가 시장이 돼야 대선에서도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주식 예비후보는 "CEO 경력을 최대한 발휘해 2조 원의 투자를 유치하겠다."며 대구경제의 차세대 성장 동력을 회복하는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

이어 열린 경북도지사 후보 면접에서 김관용 예비후보는 "비전을 갖고 접근한 저야말로 경북의 변화를 이룰 적임자"라고 강조했고, 김광원 국회의원은 "비바람 불 때 당을 위해 우산을 바쳤고 별도 없는 밤길을 함께 걸어왔다."며 다른 후보들의 탈당 경력을 꼬집었다. 남성대 예비후보는 "역대 대통령을 많이 배출한 육사 출신으로 추진력이 있다."는 점을 내세웠고, 정장식 예비후보는 "다선 포항시장 경력으로 경북도의 미래를 책임지겠다."고 공언했다.

◆장외에서=한 장소에서 순차적으로 치러졌기 때문에 후보자들은 지근거리에 앉아 기다릴 수밖에 없었고 미묘한 신경전도 벌어졌다.

대구시장 후보자 면접 첫 번째 순서였던 서상기 의원이 면접실 밖에서 앉아 대기하자 이어 도착한 신주식 예비후보는 "나란히 앉으시라"는 주변의 권유를 애써 피했다. 서 의원도 "옆에 앉아도 되는데 이것(자기소개서)은 커닝하면 안된다"며 보고 있던 자기소개서를 집어 넣었다.

후보자 측의 이른바 '족보' 구하기 경쟁도 치열했다. 면접을 받고 나오는 후보자를 상대로 질문이 뭔지, 실내 분위기가 어떤지 알아보려는 열기가 뜨거웠다.

한편 인천시당 문제로 면접이 예정보다 30여 분 늦게 시작되자 정장식 예비후보 등 일부 후보자들은 '1초가 아깝다'며 국회회관 등지에서 국회의원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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