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수 시인 육필시집, 33년만에 '햇빛'

입력 2006-03-24 07:03:21

'죽순'의 창간자인 고 이윤수 시인의 '시어사전 육필원고'에 이어 육필 시집과 일어판 시집이 잇따라 공개됐다.

'신(神)이 뿌린 어둠'이란 표제의 육필 시집은 시인의 첫 번째 시집 '인간온실'(1960년) 이후 두 번째 시집으로 '언어(言語)의 낙엽(落葉)', '홀로 가는 길', '기도' 등 22편의 시작품을 담았다.

발행일자가 1982년 5월 7일로 된 시집 후기에서 시인은 "10여년 전부터 한정판 육필 시집을 몇몇 사람에게 한 권씩 선물하고 싶었다"며 "예순 아홉 돌을 맞아 복사판으로나마 그 아쉬움을 나누고자 한다"고 밝히고 있다.

'思ひ出の 唄'(추억의 노래)란 일어로 된 시집 역시 육필 복사본으로 '月夜'·'洛花'·'酒場 の 花' 등 30여편의 시를 손수 기록했다. 1985년 2월 18일 간행된 시집 꼬리말에서 시인은 "일어를 사용하는 부끄러움에도 불구하고 50여년 전 20대 시절을 잊을 수가 없어서 한정판 10권을 엮었다"고 털어놓았다.

일어판 시집에는 이윤수 시인이 20대의 음울했던 일정 치하의 고달픔과 애상을 적은 시편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윤장근 죽순문학회장은 "이윤수 시인이 1942년 당시 2~3편의 시로 인해 사상불순 혐의로 고등계에 연행돼 수일간 심문을 받으면서 시집으로 빛을 보지 못했던 작품"이라고 했다.

시인은 1985년 일어판으로 출간하면서도 "언젠가 출간될 시집 한글 대역판으로 첨가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1937,38년 당시에 일어로 시를 쓰기도 했던 이 시인은 일본 시잡지에 작품을 기고한 적도 있다.

조향래기자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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