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뮤지컬 '그리스'

입력 2006-03-24 07:42:28

1950대, 미국 고교생들의 의식구조를 소재로 한 작품이 50년을 훌쩍 넘겨버린 시간의 간격을 어떻게 메울 수 있을까?

초연 이후 35년 만에 내한 공연을 갖고 있는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캐스팅의 뮤지컬 '그리스' 관람에 앞서 떠오른 궁금증이다.

그것은 '포마드 기름'으로 대변되는 당시 젊은이들의 유행 코드가 '무스'나 '젤'이 대체해 버린 2000년대에 단순히 '젊음'이라는 공통어로 시대와 세대를 넘어 그 매력을 발산할 수 있을까하는 선입견과도 같았다.

지난 21일 서울 충무아트홀. 4월 대구 공연에 앞서 서울 공연이 한창 진행중인 뮤지컬 '그리스'는 젊음이 갖는 특유의 경쾌함과 발랄함을 발산하며 무대와 객석을 하나로 만들고 있었다.

"그리스는 어떤 작품이냐는 질문"에 "재미있고 신난다"는 제작사인 피닉스엔터테인먼트 아시아 성준혁 제작감독의 말처럼 오리지널 팀의 그리스 공연은 시종일관 관객들로 하여금 박수와 웃음을 이끌어 내며 무대를 버무려 나갔다.

"준비됐나요?. 하나 둘 셋~우"

본격적인 공연에 앞서 시작된 오프닝 댄스 이벤트. 락앤롤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관객들이 무대에 올랐다. 그들이 음악에 맞춰 신나게 몸을 흔드는 사이 객석에서는 파도타기 응원이 펼쳐지며 무대와 객석은 흥이 돋워졌다.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은 이 같은 분위기는 막이 내려지는 순간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댄스 파티를 이끄는 DJ 빈스 폰테인(제스 에슬리)의 연기는 단연 시선을 끌었다. 그의 한국어 구사가 아마도 대구공연 때에는 절정에 이를 것으로 기대됐다.

무대는 라이델 고등학교의 대표 '날라리' 대니와 순진한 모범생 샌디의 사랑을 축으로 개성 가득 한 청춘들의 방황과 에피소드로 채워졌다.

무대세트는 화려한 변화를 주지 않았다. 그러나 그 공간을 채우는 배우들의 농익은 연기는 관객들의 시선을 무대세트에 머무르게 하지 않았다.

이번 오리지널 팀의 공연에서는 한국판 그리스에서는 생략됐던 자니 카지노, 틴엔젤 등의 캐릭터들을 살려내 원작의 진수를 선보였다.

특히 뷰티스쿨에 낙방한 프렌치를 위로하는 상상 속의 인물 틴 엔젤의 뛰어난 가창력은 탄성을 자아냈다.

국내의 CF 배경음악으로도 잘 알려진 'Summer Nights'과 'You're The One That I Want' 등 귀에 익은 노래들, 극중 샌디가 내뱉는 "이겨라 우리팀 이겨라" 등 한국말 삽입은 낯선 외국인 배우들을 관객들과 친숙하게 하는 고리 역할을 했다.

공연장에서는 존 트라볼타, 올리비아 뉴튼존의 영화를 떠올리며 추억 한자락을 갖고 있는 중장년층이나 2003년부터 꾸준히 공연된 한국 배우들의 라이선스 공연에 익숙한 20~30대 관객들, 그리고 최신 유행을 쫓는 10대들이 '젊음'으로 한데 묶여 마치 파티장, 축제의 현장에 온 듯한 즐거운 웃음소리로 채워졌다.

미국 뉴욕에서 선발된 현지 배우들이 꾸미는 실감나는 브로드웨이 무대를 4월 12~23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만날 수 있다. 평일 오후 7시30분(월요일 공연 없음), 금·토·일 오후 3시30분·7시30분. B석 4만 4천 원, A석 5만 5천 원, S석 7만 7천 원, R석 9만 9천 원. 053)422-4224.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