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돌핀·항암효과…'매운 맛 매우 좋아'

입력 2006-03-23 15:17:27

우리 식탁에서 고추를 빼놓고 요리를 생각할 수 없다. 그만큼 고추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고추의 매운 맛은 기분을 좋게 해주는 물질인 엔돌핀 분비를 촉진시켜준다. 특히 고추의 매운 맛 성분인 캡사이신은 발암억제 효과가 있는 것은 물론 다이어트와 피부미용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매운 음식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위장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고추의 모든 것을 알아봤다.

# 무기로 사용됐다

중부아메리카가 원산지인 고추는 우리나라에 17세기 초엽에 전래됐다. 지방유설에 '고추가 일본에서 전래되어 왜개자(倭芥子)라고 한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전해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실학자 이규경에 의하면 전쟁에서 고추를 태운 매운 연기를 날리거나 얼굴에 고춧가루를 뿌리는 기습 작전을 펼치기도 했다는 기록도 있다.

고추가 들어온 당시에는 고추를 사용하여 음식을 만드는 일이 적어 고추를 후추의 대용품 정도로 사용되다가 고추의 품종이 개량되고 가공 기술이 발전되면서 향신료가 되었다.

# 매운맛은 통증, 그래도 왜 입맛 당길까

고추에서 매운맛이 나는 것은 캡사이신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고추씨에 가장 많이 들어 있고, 나머지는 껍질에 있다. 캡사이신의 함량이 높을수록 맵다. 우리나라 김장용 고추는 다른 나라의 고추 품종보다 캡사이신은 3분의 1, 당분은 2배 정도 들어있어 매운맛과 단맛이 잘 조화되어 있다.

고추는 성질이 뜨겁고 맵기 때문에 평소 몸이 차서 소화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는 좋은 식품이다. 매운 맛이 소화를 촉진시키고 침샘과 위샘을 자극해 위산 분비를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고추의 붉은 색에는 체내에서 비타민 A로 바뀌는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으며, 비타민 C의 경우 귤의 2배, 사과의 20배에 달할 정도로 함량이 많다.

캡사이신 성분은 비만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진대사를 촉진해 기초대사량을 늘리고 지방 분해를 촉진한다. 매운 음식을 먹고 땀을 뻘뻘 흘리게 되면 그만큼 열량 소비가 늘어나기 때문. 이 때문에 한때 일본에서 고추 다이어트 열풍이 불기도 했었다.

매운 고추를 먹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또 먹고 싶어진다. 머리도 맑아지는 것 같고 스트레스로 확 풀린다고 느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매운 맛이 입 안 통각세포에 감지돼 아픔의 일종으로 대뇌에 전달되면 대뇌에서는 이 통증에 대응하기 위해 자연 진통제인 엔돌핀을 분비하도록 명령을 내린다. 엔돌핀이 분비되면 어느 정도 스트레스가 풀리는데, 바로 이런 효과 때문에 자꾸 매운 음식을 찾게 되는 것이다.

매운 맛은 또 교감신경을 자극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땀이 나고 정신이 번쩍 나는 기분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매운맛 자체는 통증에 가까운 감각을 유발하기 때문에 예민한 사람들에게는 불쾌감이나 짜증을 나게 한다. 그러나 캡사이신은 통증의 원인 성분인 'P물질'을 억제하고 통증을 전달하는 신경의 차단역할을 하여 일종의 진통과 마취효과를 낸다.

이와 함께 고추의 매운맛은 항암작용이 있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고추의 매운 성분인 캡사이신이 암발생을 억제하다는 것이다.

# 부작용

부작용도 만만찮다. 고추의 캡사이신은 체내에서 잘 흡수되지 않는데다 식도, 위, 장을 거쳐 배설될 때까지 자극을 주므로 위장 장애 및 설사를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위경련, 위염, 위궤양 환자는 매운 음식을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열이 많은 임산부는 매운 음식을 많이 먹으면 아기가 태열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하는 것이 좋다.

◇ 고추 이외 매운 식품

산초와 후추, 생강, 고추냉이, 겨자, 마늘, 양파 등이 있다. 무나 파에도 매운 맛이 나기도 한다. 고추가 우리나라에 도입되기 이전에 매운 맛을 낸 것은 산초. 초피나무의 열매인 산초로 과거엔 김치의 매운 맛을 냈다.

한약재이기도 한 생강은 열대 아시아가 원산지인 향신료다. 달콤하면서도 상쾌한 향과 매운 맛을 갖고 있다. 외국에선 마른 생강을 과자 등에 넣어 쓰지만 우리는 날것을 더 많이 이용하고 있다.

그리고 양식에서 빠지지 않는 게 후추. 고기의 부패를 방지하는 효능 때문에 육식을 많이 하던 민족들이 사용하던 향신료이다. 후추에는 검은 후추와 흰후추가 있는데 검은 후추가 매운 맛이 더 강하다. 생선회와 초밥의 맛을 돋우는 고추냉이는 단 듯하면서 신선한 방향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많이 재배되고 사용되고 있다.

마늘과 양파는 자극적인 냄새와 감칠맛이 들어 있어 동'서양 요리에 두루 쓰인다. 양파에는 매운 맛과 함께 단맛도 있다. (2006년 3월 23일자 라이프매일)

최재수 기자 bio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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