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봄기운이 완연하건만, 논을 갈고 밭을 갈며 풍년 농사 준비로 활기가 넘쳐야 할 우리 농촌은 아직도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가격지지 역할을 하던 벼 정부수매제도가 폐지되고 시가로 매입하는 공공비축매입제로 전환되면서 쌀 가격 하락으로 농촌 경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달 말부터는 수입쌀마저 시판될 계획이라 하니 가격 경쟁력이 취약한 우리 농업인들은 앞으로 벼를 심어야 할지 말지 망설이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1990년 초반 WTO 협상 과정에 쌀 품목만은 시장 개방을 피하고자 관세화를 유예했다. 대신 최소시장접근(MMA)물량으로 의무적으로 수입한 쌀은 그동안 떡·과자·주정 등 가공용으로만 사용하고 있다.
그러다 지난해 쌀 재협상시 또 다시 관세화 유예를 받기 위해 2005년부터 향후 10년간 MMA 물량을 8%까지 늘리고 MMA수입량 중 10~30%를 소비자 시판용으로 수입하기로 협상해 농업인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3월 하순 경에는 미국산 1천376톤이 최초로 반입될 계획이며 국내 도착 후 통관 심사 및 검사 과정을 거쳐 3월말부터 6월 사이에 공매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곧 시중에는 수입쌀이 국내산 쌀보다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를 현혹하여 일부 식당이나 단체 급식소 같은 곳은 원가 절감을 위해 가격이 싼 수입쌀을 사용하는 업소도 생겨 날 것이다.
이렇게 수입 농산물이 조금씩 우리 식탁을 파고 들면, 조상대대로 이 땅에서 농사를 지어먹던 우리 쌀마저 가격경쟁력에서 뒤져 우리 식탁에서 사라지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우리가 소비자의 알권리를 내세워 수입농산물과 국내농산물에 대한 원산지표시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는 있다.
신토불이(身土不二)라 하여 아직까지는 약간 비싸더라도 원산지를 확인하며 우리 농산물을 구입하지만 식당에 가면 어떠한 농축산물로 음식을 만들었는지 알 수가 없다.
지난해 우리를 불안하게 했던 수입 김치를 비롯한 대중음식점에서 사용하는 농산물과 가공식품의 상당수가 수입 농·축산물임이 그 예이다. 지금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전국 출장소에서는 수입쌀 시판에 대비하여 명예감시원 1만7천500여명에 대한 원산지 부정 유통 감시 활동 교육을 실시하는 등 철저한 대비를 하고 있지만 정작 주 소비처가 될 식당이나 단체급식소의 식재료는 원산지가 어디인지 소비자는 알 수가 없다.
요식업소는 원산지 표시 의무가 없으므로 메뉴판에 수입쌀밥이라고 표시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세계 각국의 모든 농산물이 우리 주변에서 유통되고 있는데 언제까지 우리가 먹는 음식이 어떤 농산물로 만들어지는지도 모르고 먹어야 하는 것인가. 정부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하루 빨리 찾아 주어 소비자가 수입쌀밥을 먹을 건지, 국산쌀밥을 먹을 건지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강호룡(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북지원 포항·울릉출장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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