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계 세대교체?…장윤정 이후 새얼굴 잇달아

입력 2006-03-22 07:18:44

가수 장윤정의 '어머나'가 그처럼 크게 히트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이 곡은 원래 주현미·계은숙 등 선배가수들이 퇴짜를 놓았던 곡. '너무 가볍다'는 이유에서다.

3년이 지난 지금, 무엇보다 장윤정의 존재는 섹시 컨셉트의 가수들이 판치는 틈새시장에서 고유한 입지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주현미 이후의 공백을 깔끔하게 메우면서 트로트 음악의 불모지인 성인 음악무대,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분야를 꾸준히 개척하고 있다.

그러나 장윤정의 트로트 붐 이후 금방이라도 세대교체가 일어날 것 같던 분위기는 아직 미미하기만 하다. 다만 지난 10년이 넘도록 신인에 목말라하던 트로트 가수계에 신선한 도전이 이어지고 있어 눈길이 가고 있다.

◆중견 가수들이 장기집권=트로트 장르처럼 메이저와 언더그라운드의 구분이 명확한 분야도 드물 것이다. '언더'는 실력이 있어도 메이저 필드에 올라오기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10년 이상 장기 집권하고 있는 남자트로트 가수 4인방(송대관, 태진아, 설운도, 현철)이 트로트 가요계를 지배하고 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특히 송대관과 태진아는 TV의 각종 오락프로그램에도 수시로 얼굴을 내민다. 연말 가요시상식에서 '성인가요' 상은 거의 두 사람에게 돌아간다. 두 사람은 서로를 험담하는 듯한 네거티브 전략으로 은근히 동반상승하는 효과를 얻고 있다. 대중은 은연중에 송대관과 태진아가 트로트 최고 스타이면서 라이벌(실제로는 라이벌이 아니다)이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

꾸준한 자기관리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들은 트로트의 세대교체를 어렵게 하면서도 트로트의 명줄을 이어주고 있다는 모순 아닌 모순을 가진 채 가요계의 현실을 지배하고 있다.

다른 장르가 하루가 멀다하고 세대교체가 빨라지고 있지만 트로트계만은 난공불락이다. 따라서 이들의 스타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서 트로트의 발전적 세대교체를 이끌어야 한다는 과제가 트로트 가수들의 앞에 장벽처럼 놓여있다.

◆모처럼 신인 대거 진출=중견가수들이 주도하는 트로트 가요계에서 장윤정의 성공은 신세대 트로트 가수들의 부활 가능성을 활짝 열어놓았다. 트로트는 부르면 부를수록 묘한 맛이 나는 장르. 이런 트로트를 나이 많은 사람들이나 좋아하는 노래라는 인식을 완전히 바꿔버린 그녀 덕분에 트로트의 활로를 조심스레 점치기도 한다.

이미 가요계에 진출한 이재은, 여성 4인조 그룹 LPG, 3인조 그룹 아이리스 등은 '뮤직뱅크', '생방송 인기가요' 등 트로트 가수는 설 수 없는 무대로 받아들여지던 프로그램에 얼굴을 내밀고 있다.

특히 트로트 음악을 젊은 층도 같이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트로트계는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라는 전환기를 맞고 있다. 특정가수에 안주하면서 기근현상까지 보였던 트로트계는 신세대 여가수들의 대거 등장으로 오랜만에 활기를 띠는 양상이다.

2001년 '나빠'로 데뷔한 이지나는 모델 같은 외모에서 발산되는 힘이 넘치는 댄스와 허스키한 목소리로 주목받는 트로트 댄스가수다. 역시 2001년 데뷔한 박주희는 요즘 '자기야'라는 댄스곡으로 장윤정의 인기를 바짝 쫓고 있다. '대리만족'이란 데뷔앨범을 발표한 댄스 듀엣 '뚜띠'는 신세대 트로트 가수로 변신해 부활을 꿈꾸고 있다. 남자가수로는 '아이다'(본명 박민혁), 박현빈 등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트로트계는 지금 20, 30대의 신인들이 가세해 붐을 이어가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그러나 비주얼로 승부수를 걸거나 가창력은 뒷전이라는 불만도 제기된다. 여기에 10년 신인에 2~3년 줄기차게 노래 한 곡만 지조 있게 불러야한다는 트로트의 특색을 감안하면 아직은 세대교체가 멀어만 보인다.

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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