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국제결혼…성병·사기 등 '무방비'

입력 2006-03-21 11:03:00

최근 급격히 늘고있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여성들과의 국제결혼이 성병, 사기 등 심각한 위험에 무방비 상태여서 대책이 시급하다.

20일 외교통상부 자료에서 한국 남성과 국제 결혼을 한 베트남 여성들이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를 비롯한 각종 성병에 걸려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이 현지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이번에 공개된 에이즈를 포함한 각종 질병에 걸린 여성들의 수 69명은 지난해 6월부터 연말까지 6개월 동안 하노이 대사관을 통해 비자 신청을 한 532명에 대한 통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베트남 전체에서 한국 비자를 발급받은 국제결혼 여성은 4천200여명으로 이번 통계에 포함된 수의 8배가 넘는데 이들이 어떤 질병 상황에서 입국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더구나 이들 대부분은 남부 호찌민 인근 출신이고 베트남 전체 에이즈 보유자중 많은 수가 남부 출신임을 감안할때 전체 입국자들이 현재 하노이에서와 같은 제대로 된 건강진단을 받았다면 그 결과가 더 심각할 수도 있다는 추측이 나오고있다.

한 관계자는 "이처럼 동남아 지역 여성들과의 국제 결혼이 각종 위험에 노출돼있는 것은 대부분의 국제결혼이 비인가 사설 결혼회사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고 정부가 이를 방관하다시피 한 데 따른 것"이라고 지적하고있다.

하노이 지역의 경우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운영하는 소규모 한국병원이 있는관계로 그나마 지난해 6월부터 국제결혼을 한 여성들의 비자발급에 건강검진서를 첨부토록 하고있으나 다른 지역이나 국가의 경우는 아예 건강검진서를 요구하지 않거나 형식적으로 현지 병원에서 발급한 검진서를 인정하고 있다는 것.

정확한 건강검진서를 요구한다 하더라도 문제는 있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이미 결혼을 결정하고 현지에서 혼인 신고를 한 뒤 한국 남자와 수일 또는 수십일을 같이 지낸 후 비자발급을 신청하기 때문에 그동안에 질병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 더 큰 문제는 국제결혼을 한 여성들에 대한 관리다.

사설 결혼알선회사들은 대부분 현지인을 내세워 운영을 하고있기 때문에 정식으로 비자를 발급하기 전까지는 정부의 관리가 불가능하다.

이번의 경우도 에이즈에 걸린 2명의 여성이 포착됐으나 한명은 검진 과정에서 도망갔고, 확인된 한명은 조사는 받았으나 이름만 적혔을뿐 아무런 근거 서류가 없어 찾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베트남 주재 한국대사관 관계자의 말이다.

이 여성들이 스스로 나타나거나 연결 업체가 알려주지 않으면 이 여성이 누구와 결혼을 했는지, 성관계를 했는지를 알 수가 없다.

이처럼 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은 질병문제 외에도 결혼사기 등 적지않은 문제를 안고있다.

많은 농촌 총각들은 동남아 지역 처녀들과의 결혼을 위해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더러는 유흥가에서 일하는 아가씨들을 소개받고 비용만 날리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있다.

현지 교민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동남아 여성들과의 국제결혼이 좀 더 투명하고 건전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있다.

하노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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