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로 배전함 철거…'노점상 전쟁' 시작

입력 2006-03-21 10:03:53

대구의 얼굴 동성로가 변신한다.

대구 중구청이 오는 5월 중순 동성로 배전함 이설공사(대구백화점~대구역)착공과 더불어 이곳 노점상들에 대한 일제 단속에 들어갈 계획이기 때문.

남정윤 중구청 도시관리과장은 "배전함 이설공사와 함께 새로 생긴 공간은 보행자 전용도로로 원상 회복한다는 것이 구청의 기본방침"이라며 "강제력 동원에 앞서 1년여 남은 공사기간 동안 노점상들에 대한 설득을 통해 정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운수 동성로 상가번영회 회장은 "대형화된 노점상을 내버려두는 것은 점포를 갖고 있는 업주들의 영업을 방해하는 것"이라며 "노점상을 정비한 뒤 조명시설, 인공개천이나 공연 무대 등을 조성, 활기찬 문화의 거리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번영회는 지난 2003년 대구시와 한국전력이 배전함 이설협약을 맺을 당시'배전함을 이설하면 노점을 철거하겠다'는 각서를 노점상들이 구청에 써준 만큼 각서 내용대로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점상들은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양말, 혁대 등 잡화를 파는 50대 노점상은 "이곳에서 장사를 하면서 가족들을 먹여 살렸는데 이젠 어디서, 뭘 먹고 살라는 거냐"고 하소연했다.

동성로 노점은 1구간(대우빌딩~교동시장 제일은행)과 2구간(제일은행~한일극장 지하도), 3구간(한일극장~대구백화점)으로 나눠져 있다. 제 3구간 노점상 연합회에 따르면 동성로 노점상은 번영회 측 주장(200여 개)과 달리 130여 개에 이르고 있다. 김태수 3구간 노점상 연합회장은"노점상 철거와 관련해 아직 대책을 확정하지 못했는데 구청과 대화를 통해 해결 방안을 만들어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전력 대구지사는 220억 원에 이르는 공사비 분담에 대해 이달 안에 대구시와 협약이 체결되면 5월 배전함 이설공사를 시작, 내년 11월 공사가 마무리된다고 밝혔다. 내년 말이면 동성로 배전함이 모두 없어지게 되는 셈이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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