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자 성추행' 파문 후 의원직 사퇴를 한사코 거부하고 있는 최연희 국회의원 때문에 한나라당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최 의원에게 '구당(求黨)'차원의 결단을 촉구하기 위해 갖은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최 의원은 오히려 '사퇴 불가'를 공식화하는 기자회견을 갖는 등 속수무책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의원총회를 마치고 나온 한 핵심 당직자는 "최 의원이 당을 말아먹으려고 작정한 모양"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반드시 털고 가야 할 최 의원 문제가 갈수록 꼬이는 데 대한 답답함을 토로한 것. 실제로 이날 의총에서 한나라당은 지난주 야 4당이 제출한 최 의원에 대한 의원직 사퇴 결의안 추인 문제를 다룰 예정이었다. 하지만 오전에 최 의원이 느닷없이 국회에 나타나 기자회견을 하는 바람에 결의안 추인 문제는 물거품이 됐다.
최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민과 여기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면서도 "국회의원 최연희에 대한 최종 판단은 법의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잠시 유보해 달라."고 말했다. 성추행 문제에 대해 사과는 하지만 의원직 사퇴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한나라당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왜 정치를 했는지 후회도 되고 무엇을 위해 일에 묻혀 살아왔는지 깊은 회한도 든다."며 속내를 밝혔다.
최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압박해온 한나라당으로서는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분위기다. 박근혜 대표나 이재오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의총에서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일부 의원들은 최 의원 기자회견에 대해 분통을 터트렸지만 뾰족한 대응책은 없었다. 국회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최 의원 문제를 해결할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안경률 수석부대표는 "당을 위해 헌신했고 섭섭한 마음도 있겠지만 아쉬운 발언"이라며 "그러나 마땅한 대응책이 없는 게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상곤기자 lees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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