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앞이 캄캄합니다."
지난 달 17일 오전 6시 40분. 곤히 잠들어있던 강상철(55·북구 읍내동) 씨 가족에게 날벼락이 떨어졌다.
난데없이 나타난 승합차가 강 씨 집 담장을 뚫고 안방을 덮쳤다. 술취한 채 자신의 차를 몰고 가던 김모(26) 씨가 길가에 세워진 승용차와 화물차를 잇달아 들이받은 뒤 중앙선을 넘어 강 씨의 집으로 돌진한 것이다.
이날 사고로 강 씨 집은 반쯤 부서졌고 강씨는 머리를 크게 다쳤다. 아내와 자녀들도 무사하지 못했다. 집이 무너지면서 쏟아져 내린 건축자재 파편에 깔려 전신에 타박상을 입은 것.
강씨 가족은 집을 떠나야 했다. 지은 지 20년 넘은 23평 짜리 오래된 한옥. 강 씨와 아내가 고생 끝에 마련한 보금자리였다.
"당장 길거리로 나앉게 됐습니다. 가재도구도 모두 못쓰게 됐고 수중에는 돈도 거의 없더군요. 지인들로부터 급전을 융통, 북구 태전동에 보증금 300만 원에 월세 45만 원 짜리 집을 겨우 구했습니다."
불행은 끝나지 않았다. 보험회사가 제시한 보상금은 그를 황당하게 만들었다.
보험사 측이 집 수리 비용 1천400만 원과 이사 비용 1천300만 원 등 2천700만 원을 주겠다고 제안한 것. 사고를 낸 김씨의 대물 보상 한도가 3천만 원이기 때문에 그 이상은 곤란하다는 얘기였다. 그는 7천만 원 정도의 피해가 났는 상황에서, 보험사 보상 금액을 들으니 황당하다고 했다.
곧 또다른 불행이 찾아왔다. 지난 18일 오후 3시 쯤 강씨의 집에서 세탁기와 고물을 꺼내려던 고물 수집상이 용접기를 다루다 실수로 불을 냈다. 강씨 집은 모두 타버렸다. 남은 건 폐허가 된 집터 뿐. 전 재산을 날렸다.
25년간 세탁업을 하며 두 자녀를 키워온 강씨에겐 집을 다시 지을 여력이 없다. 아니, 고3 수험생인 아들과 대학생 딸아이의 학비조차 막막한 형편이라고 했다.
"사고가 난 이후 병원을 오가는 통에 그나마 세탁소도 한 달째 문을 닫은 상태입니다. 건물 임대료도 두달 째 밀렸죠. 살림살이도 주변에서 도와준 것들로 겨우 마련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손벌릴 곳도 없습니다."
강씨는 "사고 한달이 지나도록 가해자로부터 사과 한 마디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정말 어떻게 해야될지 캄캄하고 막막할 따름입니다. 사고가 나기 전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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